[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이렇게 힘드신지 제가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면 고생을 덜 하셨을 텐데요.”(정명신ㆍ40)

“아닙니다. 이렇게 간을 기증해주시니 얼마나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운지 모릅니다.”(박승진ㆍ45)

박씨는 2005년부터 간 경화를 앓아왔다. 상태가 점차 악화돼 이식 수술이외에는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생면부지 남에게 간을 이식해주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두 차례나 혼수상태에 빠졌다. 병이 악화되면서 온 몸이 검게 변하고 복수가 차올라 혼자 걸음을 떼는 것도 어려워졌다. 당연히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세월은 덧없이 흘러갔다. 가족의 걱정과 시름도 더욱 깊어졌다. 무엇보다 두 딸과 아들이 눈에 밟혔다. 아버지가 건강하지 못해 자녀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생각에 마음의 짐도 점차 무거워져갔다.

박씨에게 7년 만에 새로운 희망의 빛을 선사한 사람이 정씨다. 정씨는 박씨의 아내 원미아(42)씨가 다니는 부산 서면교회에서 목회 생활을 하고 있는 강도사다. 아내의 간절한 기도가 박씨와 정씨의 인연을 가능케 했다. 지난 해 12월, 간 이식자를 찾지 못해 시름에 빠져있던 아내 원씨는 “남편의 간 이식만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는 기도 제목을 교회에 올렸다. 이를 본 전상수 담임 목사가 교인들에게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고 강도사인 정씨가 선뜻 기증에 나선 것.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장기를 이식하는 일은 흔치 않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장기를 기증하는 경우는 전체 기증자의 5%에 불과하다.

20일 오전 8시 서울 아산병원에서 정씨와 박씨가 나란히 수술실 침대에 몸을 뉘었다. 아내 원씨는 “우리 가족에겐 천운과도 같은 일이다. 간을 기증해주신다는 소식에 정말 눈물이 쏟아졌다. 이젠 수술이 잘 되기만을 바란다”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정씨는 “나도 세 아이의 아버지다. 자녀를 두고 병으로 누워있어야만 하는 아버지의 심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이식을 결정했다”며 “누군가 간절히 필요로한다면 내 장기를 기증해야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었는데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기증이 두렵고 걱정이 될수 있지만 이식 받을 희망 하나로 고통을 견디는 환자와 가족을 생각한다면 그 두려움은 작은 것에 불과하다”며 수술실로 향했다.

why37@heraldm.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