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이자영 기자] “함정에 빠져 밖으로 걸어나갈 수 없다고 우리가 말해서는 안됩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팝송 가사를 절묘하게 활용해 G20 경제 수장들을 설득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박 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마지막날 회의에서 즉석 연설을 통해 ‘의심하는 마음을 갖고서는 꿈을 이룰 수 없다’는 내용의 앨비스 프레슬리 명곡 ‘Suspicious Minds’의 가사를 소개하며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충을 촉구했다.
박 장관은 이날 ‘우리는 함정에 빠졌다. 나는 나갈 수 없다(We’re caught in a trap, I can‘t walk out)’는 첫 부분을 암송하고 “(함께) 나갈 수 있다고 말하자”고 주장했다. 특히 각국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함정에 빠져서 나갈 수 없다고 국민들에게 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차단을 위한 IMF 재원 확충을 놓고 영국 등 일부 회원국들이 계속 난색을 보이자 우회적으로 회원국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가 공감을 얻었던 것인지, 결과적으로 IMF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목표로 잡은 4000억 달러보다 더 많은 추가 재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얻었다. G20는 글로벌 금융위기 차단을 위해 IMF재원을 4300억달러 이상 확충하기로 합의했다.
G20가 20일워싱턴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발표한 공동선언문(코뮈니케)에 따르면 발표재정위기 우려가 가장 커지는 유로존 국가들이 가장 많은 2000억달러를 내놓고, 일본을 600억달러 규모로 참여키로 했다. 우리나라는 150억달러 규모로 참여키로 했다. 출자나 출연이 아닌 IMF와 양자협정에 의한 융자 형태로 외화보유액 중 150억달러를 지원하며 이 금액은 모두 외화보유액으로 인정된다.
이번 IMF의 재원 확충에는 박재완 장관의 ‘작전’ 외에도 한국의 150억달러 지원 약속이 분수령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등이 재원 확충 참여를 망설이고 있던 상황에서, 최종구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이 호주, 싱가포르 재무차관들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막판 합의를 이끌어냈고, 영국도 이에 참여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뒤늦게 동참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한 회의 참석자는 “한국과 영국, 호주, 싱가포르의 공동선언이 분위기를 반전시킨 계기가 됐다”면서 “유로존 국가들은 물론, IMF와 일본도 한국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신흥개발국이 선진국 진영인 유로존을 지원하는 게 부절절하다’는 국내 여론의 부담과 함께, IMF 쿼터 개혁을 촉구해온 브릭스(BRICs) 국가들 간의 공조 문제 등으로 인해, 재원 확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 역시 기축통화국으로서 다른 나라들과 스와프(국가간 통화 상호교환) 라인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 빈축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기재부는 이번 IMF 재원확충에 동참한데 대해 “한국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는 구제금융을 받았는데 이제는 글로벌 위기 해결에 주축을 맡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호주, 싱가포르, 영국 4개국 재무장관들은 이날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IMF는 우리 모두가 혜택을 받는 세계경제의 안정에 핵심적인 구실을 한다”면서 “확충된 재원은 모든 회원국에 이익이 되는 IMF의 대출능력을 확충시킬 것이다. 다만, 재원을 쓸 때는 충실히 설계된 IMF 프로그램으로 위험완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창훈 이자영 기자 nointerest@heraldm.com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