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 27일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레이디 가가(26)의 공연은 지역축제는 너무 재미없고 올림픽과 월드컵 응원은 너무 거국적이어서 흥미가 떨어지는 사람에게 딱 놀기 좋은 마당이었다.
가수의 공연에서 관객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펜타포트, 지산 록페스티벌에 이어 레이디 가가의 공연 정도에 불과했다. 튀는 옷차림과 총천연색 헤어스타일 등 레이디 가가의 분장을 흉내낸 개성 만점의 관객들을 비롯해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자유분방하게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것으로도 재미있었다. 관객들이 디오니소스적인 축제 분위기를 형성해 열광적으로 놀았다는 말이다. 어느 사회보다 스트레스가 많은 대한민국이야말로 ‘발산’이 필요한 곳인데, 레이디 가가가 이 시장을 잘 파고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선보인 레이디 가가의 월드투어 ‘본 디스 웨이 볼(Born This Way Ball)’은 퍼포먼스가 전부는 아니었다. 글램록 아티스트의 화려한 섹슈얼리티가 거부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 자체가 편견이었다. 팝아트의 전위적인 느낌도 좋았으며, 이날 선보인 음악들도 ‘일렉트로팝’의 얄팍한 노래들과는 달랐다. 실제 말을 타고 돌출무대를 한바퀴 돌면서 부른 오프닝곡 ‘하이웨이 유니콘’을 시작으로 ‘본 디스 웨이’ ‘파파라치’ ‘저스트 댄스’ ‘아메리카노’ ‘일렉트릭 채플’ ‘포커 페이스’ 등 그녀가 부른 노래들은 경쾌하고 날카롭고 암울한 느낌 등 노래마다 나오는 느낌이 매우 다양했다. 가가는 중간중간 힘이 부친 듯 색색거리기는 했지만 라이브의 질주감과 파워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레이디 가가는 공연 초반 “내 공연이 정부로부터 18세 이상 등급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꼭 18세 이상의 공연이 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가가는 자궁을 연상시키는 무대에서 등장했고 정육점에 매달린 생 고깃덩이처럼 실제 자신도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묶여 정육점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믹서기 안에 사람을 거꾸로 집어넣고 가는 동작을 하더니 실제 자신도 그 곳에 들어가는 충격 퍼퍼먼스도 펼쳤다.
‘파파라치’를 부를 때는 기관총으로 쏘는 동작을 취했고, 댄서들과 어울려 흡사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관능적인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건반을 연주하기도 하고, 키보드가 달린 옷을 입고 나오기도 했다. ‘어깨뽕’이 잔득 들어간 독특한 의상과 코르셋 패션 등 무려 10벌의 패셔너블한 의상을 갈아입고 나왔다.
레이디 가가는 이렇게 1시간 40분 동안 그 넓은 무대를 입체적으로 채우면서 4만5천여명의 관객들에게 열광의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무대는 중세 왕국을 연상시켰으며, 공연은 오페라나 뮤지컬 작품을 보는 듯했다. 레이디 가가를 ‘제 2의 마돈나’라고들 하지만 그녀만이 소화할 수 있는 독특한 비주얼과 자신감 넘치는 쇼맨십, 파워를 갖춘 노래실력에 피아노를 연주하며 작곡하는 능력까지 겸비한 그녀를 ‘짝퉁’ 범주에 넣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레이디 가가는 음악뿐만 아니라 아이티와 일본의 지진 참사 당시 구호기금 모금을 벌였고, 에이즈 예방과 퇴치, 성적 소수자 보호 활동에도 적극 나서며 1,900만명이 넘는 트위터(Twitter) 팔로워를 보유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는 적극적인 아티스트다.
레이디 가가의 이날 공연은 한마디로 흡인력 만점이었다. 댄서들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춤은 덤이다. 세션들이 거의고정돼 있는 우리 가수의 공연과 달리 노래마다 세션들이 장소를 이동해 ‘프레임’을 자주 바꿔주는 것도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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