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매체의 다변화는 미디어 시장의 트렌드를 바꿨다. ‘스타 지상주의’였던 미디어 업계에 평범한 일반인이 속속 등장해 새로운 스타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 미디어의 트렌드는 일반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반인이 미디어의 트렌드가 된 것은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다.
‘일반인들의 콘텐츠’는 모바일을 통해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다.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 스타로 만들어지는 사례가 흔하다. 평범한 여고생이 부른 아델의 노래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패션업계에선 연예인보다 일반인의 OOTD(Outfit Of The Day)가 핫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오늘 뭐 입지’ 정도의 의미로인스타그램을 통해 해쉬태그로 검색된다. 또한 연예인들의 여행 콘텐츠가 대리만족을 주던 때를 지나 이젠 평범한 사람들의 여행기에 대한 소구가 더 높아졌다.
모바일이 주도하는 미디어의 변화는 방송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반인이 주인공이 된 프로그램은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시작됐고, 현재 호황을 맞은 ‘음악예능’은 ‘특출난 재능’을 가진 일반인 발굴에 주목한다. “매력적인 일반인을 찾아 스타로 키우는 것”(최재윤 딩고스튜디오 총괄 PD)에 프로그램의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최재윤 딩고스튜디오 총괄PD는 일반인 전성시대는 “온라인, 모바일 등 매체 환경의 변화로 연예인과 일반인의 경계가 엷어지면서 찾아온 것”이라고 봤다. “연예인 만큼의 엔터테이너로서의 재주가 없어도 연예인보다 더 매력적인 비연예인이 늘고 있고,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연예인이 과거처럼 ‘나와 다른 사람’으로 보이지 않게 된 영향”으로 일반인은 같은 일반인을 더 주목하고 있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하는 모바일 시장에서의 콘텐츠는 개개인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움직이다 보니 대중은 보다 친밀하고 동질감을 높이는 콘텐츠를 소비하게 됐다. 최재윤 PD는 “개인화되는 모든 미디어에는 동질감이 가장 큰 요소”라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만큼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높이는 것이 없다”고 봤다.
방송가에서 일반인이 주인공이 된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가장 평범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는 TV 밖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높이는 요소다.
과거 인기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였다면 최근 TV 콘텐츠의 소재는 소소해졌다. 의식주를 소재로 하거나, 일상을 훔쳐보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스튜디오 토크쇼라 해도 평범한 일반인이 다양한 고민을 털어놓는 예능이 등장하고, 미팅 프로그램도 일반인이 주인공이 됐다. “모바일 시대와 함께 방송이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오자 TV 콘텐츠는 일반인을 출연시키거나 일반인 가운데 특별한 사람은 찾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게”(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된 상황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일반인 출연 예능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나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동질감을 불러온다. 게다가 카메라가 낯선 일반인 출연자들은 ‘리얼리티’를 요구하는 시대에 최적화된 주인공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듯 인위성을 덜어낸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한다.
대중음악 시장에서도 일반인은 키워드로 떠올랐다. 10~20대가 주도하고 있는 대중음악 시장에선 평범한 일반인이 부른 노래나 춤 영상이 SNS를 통해 공유되며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보이스라떼는 유명 가수들의 곡을 커버해 부르는 커버 그룹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 페이지에 노래 영상을 올리며 인기스타가 됐다.
업계에선 때문에 ‘일반인의 소름돋는 라이브’와 같은 SNS 페이지나 유튜브를 통해 특출난 재능을 가진 일반인을 찾기에 분주하다. 이들은 스스로의 실력으로 스타가 되고, 그들의 노래로 기성 가수의 원곡이 화제가 되는 순환구조까지 기대가 가능하다. 인디뮤지션 제이래빗은 유튜브를 통해 올린 영상으로 데뷔까지 하게 된 경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SNS나 유튜브의 전파력은 방송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어 재능을 가진 일반인의 노출이 더 수월하다”라며 “특히 모바일은 스타와 일반인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져 있어 새로운 스타가 나오기 용이한 창구다”라고 말했다.
업계를 망라해 대중문화 시장은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제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로 돌입했다. ‘특권의식’은 사라지고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목소리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때다. 또한 평범한 일반인이 가장 주목받은 얼굴로 떠오른 때다.
정 평론가는 “현재 대중문화에선 어떻게 일반인을 끌어들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느냐가 중요해졌다”라며 “대중은 이제 전문가, 비평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파워를 가진 일반인, 또 다른 대중의 이야기에 더 큰 신뢰를 가지게 됐다. 여론을 주도하는 일반인을 잡는 것”이 대중문화에서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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