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개월만에 입양 플뢰르 펠르랭 엘리트 코스 밟아 올랑드 내각 中企·디지털경제장관에

한국에서 버려졌던 아이가 프랑스의 장관이 됐다. 강보에 싸여 낯선 땅으로 입양됐던 한국계 아이가 38년 만에 프랑스 정국을 주도하는 최고 엘리트가 된 것이다. 주인공은 플뢰르 펠르랭(38), 한국 이름은 김종숙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장 마르크 애로 총리의 제청을 받아 남녀 각각 17명의 장관을 임용하는 정부 구성안을 발표했다.

TF1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사회당의 문화ㆍ방송ㆍ디지털 경제 전문가로 활약한 플뢰르 펠르랭이 중소기업ㆍ디지털경제장관에 발탁됐다. 한국계 입양인이 선진국 정부에서 장관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펠르랭 신임장관은 프랑스 대선과정에서 장관 후보로 거론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4월 말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후 올랑드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시되자 주간지 ‘르 피가로 매거진’은 펠르랭의 장관 입각설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 주간지는 올랑드 대선 캠프에서 미래 정치인으로 등장할 인물 7명을 조명하는 기사에서 펠르랭을 ‘가장 날카로운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펠르랭의 삶은 처음부터 축복받지는 못했다. 그녀는 1973년 태어난 후 3~4일 만에 서울의 한 거리에 버려졌다. 6개월 뒤 그녀는 프랑스로 입양됐다. 연구원 출신 양부모는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딸을 헌신적으로 지원했다.

그 정성에 보답하듯 펠르랭은 남들보다 2년 빠른 16살에 바칼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그 이후 탄탄대로를 걸었다. 프랑스 최고 명문 상경계 그랑제콜인 에세크(ESSEC·고등경영대학원)를 졸업하고 2000년 고위공무원 양성학교인 국립행정학교(ENA) 등을 졸업했다. 졸업성적이 상위 15% 이내에 들어 원하는 부처를 선택할 수 있게 되자, 감사원에 지원했다.

그녀가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02년 대선. 당시 사회당 대선후보였던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를 도와 연설문을 작성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2010년에는 당적을 초월한 프랑스 여성 엘리트 정치인들의 모임인 ‘21세기 클럽’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해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도 졸업해 프랑스 최고 엘리트 코스를 사실상 모두 섭렵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올랑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일하면서, 성공한 여성 정치인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펠르랭. 17년 만에 사회당이 집권한 프랑스 정국에서 어떤 역할로 또 다른 이정표를 세울지 주목된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