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 너를 결박하는 기술이란다’(L`art de te ligoter, ma cherie...)
일본에서 ‘본디지’는 ‘시바리(縛り)’ 혹은 ‘긴바쿠(きんばく, 緊縛)’로 불린다. 결박하는 기술을 뜻하는 표현들이다. 일본 열도를 넘어 현재 이 기술은 전 세계에 퍼져 있다. 독일 시바리 행사에는 무려3000명이 몰리고 프랑스에서도 시바리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시바리 전문가나 이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은 자신의 열정을 공유하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파리에서 파티를 연다. ‘데모니아(Demonia) 주간’의 일환으로 ‘코지파티’가 지난 11일 저녁 8시 본디지 아틀리에로 개조된 한 와인 저장고에서 열렸다.
렌에서는 필립 복시스(Philipe Boxis), 파트릭 비슈(Patrick Vich)와 더불어 프랑스 최고의 시바리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닥터 필(Dr Phil)이 3일에 걸쳐 강좌를 열었다. ‘페에로틱 드 렌(Feerotiques de Rennes)’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인 이 강좌는 11일부터 사흘간 규방 형태로 개조된 한 클럽에서 진행됐다.
본디지 아틀리에가스트립 전시회와 함께 열리는 모습은 우연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에로틱한 시바리를 보여주는 최고 공연들이 스트립쇼 클럽에서 열린다. 2차대전이 끝난 직후 검열을 피할 목적으로 기모노 속에 든 여성의 인체를 밧줄을 이용해 드러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시바리가 여성을 오브제로 변모시키는 기술일까?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우산에까지 영혼을 부여하는 애니미즘 국가인 일본에서는 오브제가 서구에서처럼 취급되지 않는다. 오브제는 수동적이지도 않고 ‘매춘을 위한 물건’도 아니다. 때로 오브제는 주체가 행사하는 힘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구사하며, 욕망의 대상이 된다.
또 자신을 허용할지 말지 스스로 결정한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시바리는 일본 페미니즘에서 가장 관능적인 모습을 띠게 되었다.
베니오(Benio)는 이러한 운동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1999년 인터뷰했을 때 그녀는 “일본 문화는 전통적으로 밧줄의 미학을 추구했습니다. 에도 시대(1603~1868)에는 오직 사무라이들만 구사할 수 있었는데, 마치 다도(茶道)나 서예처럼 그들 지식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현재 많은 여성들이 이 전통을 배우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새로운 현상이죠.”
밧줄 기술의 거장이 된 후 그녀는 1992년부터 악령 추방 의식과 유사한 예술적이고 관능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사제복 같은 차림으로 베니오는 자신의 ‘먹잇감’을 매단 다음 핏방울 같은 붉은 밀랍이나 계절의 꽃들로 정성스럽게 그들의 몸을 덮는다. 가령 봄의 덧없는 생명을 상징하는 벚꽃, 우수에 찬 가을 국화, 여름을 알리는 자줏빛 붓꽃 등이다.
일본 역사 속에서 시바리는 우선 무서운 형벌을 가하는 탄압 기구로 등장한다. 베니오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사무라이 영화를 보면 종종 ‘오나와 니 나루’란 표현이 등장하는데 나쁜 행실을 저지르면 당신을 밧줄로 포박한다는 뜻이죠.” 중국에서 시작돼 ‘호조주추’란 이름을 가진 이 기술은 용의자를 지목하거나 범죄인을 처벌하기 위해 순전히 법률적인 테두리 내에서만 사용됐다.
17세기에 포박당하는 형벌은 오직 죽음을 당할 때야 면할 수 있었다. 영예를 지키려는 인간은 지독한 수치심보다 죽음을 더 선호했다.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 고위층은 포박하지 않았다. 그들을 돋보일 정도로 아름답게 묶었는데, 한눈으로도 그들의 직책과 범죄 죄목을 알아볼 수 있었다.
매듭을 조금이라도 잘못 묶을 경우 ‘형태의 죄악’으로 간주됐다. 밧줄이 잘못 묶였을 경우 용의자는 풀려나며, 결박을 담당하던 ‘토리나와’는 처벌을 받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여성들이 밧줄에 손대는 것은 불가능했다. 베니오의 말은 계속된다. “예전에는 그럴 권리가 없었지만, 현재 많은 일본 여성들이 매듭 기술을 배웁니다. 탄압의 시대에 대한 복수죠. 향후 우리 여성들이 의식(儀式)을 주재할 겁니다. 남자를 포박할 때 난 자부심을 느껴요.
” 그녀처럼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복수에 참여하고 있다. ‘긴바쿠시(매듭 예술가)’나 ‘주사마(여왕)’란 이름 아래 그녀들은 일본 전역에서 마초 사회가 위기에 봉착했음을 입증해 보인다. 여성들의 지위가 너무 빨리 변했기에, 아게하 아사히 같은 일부 여성들은 스스로 포박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본디지 모델’은 스스로 포박하는 기술인 주바쿠의 대가 중 한 명이 됐다. 자신을 스스로 매달 수 있으며, 곡예사처럼 위험하고도 독립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몸을 묶을 때 나는 벗은 몸 상태입니다. 하지만 밧줄이 옷으로 사용되기에 벗은 몸이 아니죠.
일본에서 옷을 잘 입으려면 선물을 싸듯이 잘 포장하고 스스로 묶을 줄 알아야 합니다. 기모노에는 고리나 단추가 없지요. 오직 매듭으로만 묶습니다. 나신을 잘 가리려면 묶는 기술을 배워야 하지요. 여성들이 시바리 기술을 익히는 데 더 유리하지 않나요?” 현재 일본 최고의 시바리 대가는 모두 남성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제자는 주로 여성들이다.
일본을 벗어나면 시바리 거장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전 세계를 돌며 쇼를 보여주는 유명한 암리타(Amrita), 남성 중심 사회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14세에 일본을 떠났던 미도리(Midori)가 대표적이다. 현재 40대 나이의 미도리는 ‘일본 본디지의 마법’이라는 베스트셀러 책을 쓴 작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7개 테크닉을 세부적으로 가르쳐주는 책이다. 뉴욕에 거주하면서 강연과 강습을 위해 세계 도처를 여행하는 이 스타는 라텍스 옷을 입은 ‘섹스 강사’다. 코에는 네모 안경을 걸치고, 손에는 핑크빛의 가는 단장을 쥐고 있다. 그녀는 “시바리는 하나의 기술입니다. 에로티시즘과 관련된 기술이지요. 우리는 타인을 결박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에로티시즘이 사랑과 연결되기 때문이죠.”
(사진(위)의 출처는 ⓒHangyakusha, 아래 사진은 미도리의 책 ‘일본 본디지의 마법’) 미도리가 쓴 ‘일본 본디지의 마법(Les Sortileges du bondage japonais)’을 읽어볼 것. ‘데모니아’ 행사나 미도리의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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