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청소남’ 박지훈 군
매일 등굣길 쓰레기 줍기로 사회봉사 강압적 규제보다는 어울리는 삶 꿈꿔
15일 오전 7시30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길에 수상한(?) 학생이 걸어간다.
한 손에는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한 손에는 비닐장갑을 낀 앳된 얼굴의 학생이다.
연신 길가를 살피던 그는 이내 허리를 숙이고 무엇인가를 주워 봉투에 담는다.
담배꽁초와 쓰레기다. 그렇게 그는 청운동에서 종로구 원서동까지 약 3㎞의 거리를 헤집고 쓰레기를 줍는다.
그는 대안학교 ‘꽃피는 학교’에 재학 중인 박지훈(18·사진) 군이다. 박 군은 3주 전부터 매일 아침 종로구 청운동 집에서 원서동 학교까지 가는 길에 버려진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주워왔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은 아니다. 봉사활동 학점을 따기 위한 일도 아니다.
중학교부터 대안학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에게서 ‘네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다”며 “평소 강압적 규제나 법 없이도 다른 이와 함께 어울려 생활하는 사회를 꿈꿔왔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올해 초 우연히 길을 가다 쓰레기를 줍는 한 사람을 봤어요”라며 박 군은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동기를 말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더러운 것을 치우는 그 사람을 보고 박 군은 “평소 생각으로만 하던 자율적인 삶, 그것을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실천해보자는 마음으로 등굣길 쓰레기를 줍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박 군을 지도하는 최희선 꽃피는 학교 교사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평소 박 군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며 “처음 등굣길 쓰레기를 줍겠다고 했을 때 종량제 봉투라도 지원해주겠다는 제안도 거절했다”고 말했다.
또 최 교사는 “근처 산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박 군이 매번 산을 오를 때마다 등산로의 쓰레기를 치워왔다”고 귀띔했다.
“처음 쓰레기를 주을 때 ‘뭐하는 사람이야?’라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은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차츰 익숙해졌고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는 박 군은 나아가 “자신의 행동을 보고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으면 조금이나마 사회가 깨끗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싱긋 웃었다. 대안학교라는 남과는 조금 다른 교육환경을 거치고 있지만 그도 역시 열여덟, 고3이다.
박 군은 “진로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며 하지만 “궁극적인 꿈은 글을 써서 사회를,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것을 위해 대안학교를 졸업하고서도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스스로 돈을 벌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박 군은 소망을 밝혔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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