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사옥 반경 1㎞ 금연 선언
[헤럴드경제=홍성원ㆍ김상수ㆍ박병국 기자]삼성의 전자계열사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은 매일 점심식사 후 강남역 4번출구 뒷편에 있는 빌딩 숲 속 뒷골목을 찾는다. 이른바 ‘너구리터널’이다. ‘식후 흡연’을 위해서다. 서초동 삼성타운 내 전자ㆍ생명ㆍ물산 등 3개 건물 사이에 흡연공간이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서슬퍼런 전사적 금연 캠페인 와중이라 상사 눈치를 보는 게 편치 않아 ‘터널행’을 택한다.
건강을 위해 금연빌딩으로 지정하는 추세가 재계에 정착되면서 ‘원정흡연’을 떠나는 직장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건물 자체는 물론 반경 수십~수백m에선 흡연을 막는 트렌드도 생겨난 탓에 빌딩 관리인들끼리 흡연구역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일까지 빈번하다.
CJ그룹은 3일 사옥 반경 1㎞ 안에선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달부터 서울 중구 남산 본사ㆍCJ 인재원ㆍ CJ제일제당센터와 CJ푸드빌ㆍCJ프레시웨이의 각 매장에 적용된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방배동 CJ오쇼핑ㆍ상암동 CJ E&M, 서소문 CJ대한통운 등 모든 계열사로 확대된다.
이는 ‘금연ㆍ절주ㆍ운동ㆍ겸허ㆍ품격ㆍ글로벌ㆍ트렌드ㆍ문화생활ㆍ리프레시’ 등 9개 항목으로 구성된 ‘문화기업 CJ인(人)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만들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CJ는 최근 이런 규정을 인트라넷과 사내방송인 ‘채널CJ’를 통해 모든 임직원에게 알렸다.
CJ그룹 관계자는 “반경 1㎞ 금연 규정은 제재를 가하는 물리적 거리가 아니다”라며 “문화기업이라는 슬로건에 걸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직원들이 먼저 실천해야 한다는 이재현 회장의 뜻이 담긴 것으로, 금연 의지를 위한 상징적인 규제 범위”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금연운동을 시작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광화문 사옥 인근에선 일반인의 흡연도 언감생심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그룹 직원 중 애연가들에겐 ‘원정흡연’이 일상이다. 한 직원은 “건물 유리창을 통해 간부들이 볼 수도 있어 아예 멀리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동해 흡연한다”며 “냄새를 풍길까봐 일부러 연기도 하늘로 내뿜는다”고 털어놨다.
금연빌딩 내 흡연구역을 마련한 건물의 경우 인근 빌딩에서 몰려드는 ‘원정흡연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광화문 B빌딩 관계자는 “우리 건물 입주사 직원들 편의를 위해 흡연구역을 만들었는데 밤낮으로 옆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담배를 피우러 오는데 이를 완전히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상 연면적 1000㎡이상의 사무용건축물, 공장 등은 금연빌딩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흡연구역 설치는 자율로 돼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기싸움이다.
사무실이 몰려 있어 ‘원정흡연’의 본산쯤 되는 강남대로 일대는 골목마다 담배연기로 자욱하다. 서초구가 지난달 1일부터 강남역 9번출구~신논현역 6번출구까지 934m구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이후엔 더욱 심해졌다.
강남대로의 한 이면도로를 끼고 있는 C빌딩 건물관리인은 “강남대로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골목길로 담배를 피러 모여든 사람때문에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홍성원ㆍ김상수ㆍ박병국 기자/hong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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