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학과 창시자 정수현교수 강연
세계 최초로 바둑학과를 창시한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프로 9단). 그는 ‘반상(盤上)의 학자’다. 바둑판의 오묘한 진리를 터득하는 것을 평생의 업(業)으로 살아왔다. 조훈현ㆍ이창호 9단 등 불세출의 스타만큼은 아니었지만, 그의 침착하고 세련된 기풍은 바둑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가 ‘반상’ 수읽기에만 매진한 것은 아니다. 명지대에 바둑학과를 만든 것도 바둑과 세상의 소통을 위해서였다. 많은 사람은 바둑TV에서 치열한 반상의 전투에 대해 침착하고 논리적으로 해설하던 정 교수의 모습을 기억한다.
‘바둑과 최고경영자(CEO)’를 연결한 것도 정 교수가 처음이다. 그는 2009년 ‘바둑 읽는 CEO’라는 책을 출간해 바둑판에서의 공격, 자제, 반격, 미래를 보는 수읽기가 바로 경영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 교수가 11일 삼성 사장단에게 ‘바둑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주제로 강연을 했다. 바둑을 좋아하는 삼성 일부 사장은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정 교수는 “바둑은 돌 놓는 게 바로 의사결정인데, 목표를 분명히 하고 각 대안에 따른 미래를 예측하고 판단해야 한다”며 “바로 기업 의사결정과 유사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둑에선 ‘대마를 무겁게 하지 말라’ ‘사석전법을 잘 쓰라’는 말이 있는데, 기업의 활력 제고와 마케팅 전략과 관련해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훈현 9단의 경우처럼 바둑 초고수는 천적이 출현할 때 스타일을 바꾼다”며 “이는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려면 기존의 스타일을 고수해선 안된다’는 뜻으로, 글로벌 기업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영환경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바둑 수읽기와 경영’이 매우 닮았다는 데 사장단도 공감했다”며 “매우 유익한 강의였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ys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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