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6회> 모든 길은 하나로! (15)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눈앞에 보이는 진녹색 숲 너머로 너른 벌판이 펼쳐지는 곳에 레전드 골프장이 있다고 했던가? 현성애는 유민 회장과 함께 택시를 타고 그리로 향했다. 밤으로 접어들면서부터 저 멀리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던 필란스버그 산맥의 산자락들은 짙은 어둠을 품은 채 고요함에 휩싸여갔다.

“잘 생각했어. 공항에서 곧장 되돌아가기로 했지만 그게 말이나 돼?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서 바로 가다니…”

“저도 회장님과 함께 밤새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레전드 골프장에 사모님이 와 계실 테니까 저는 그만 돌아가겠다는 거예요.”

“어허! 남아공이 손바닥 만 한 나라인 줄 아나? 우리나라의 몇 배 크기인 줄 알아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골프장만 해도 500개가 넘어요. 지금 마누라는 다른 골프장에 있을 거야.”

“사모님과 레전드에서 만나기로 한 게 아니라면… 공항에서 택시에 타자마자 레전드 골프장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가 뭐예요?”

“물론 여기엔 레전드 골프장보다 훨씬 좋은 곳이 많아요. 에린베일, 아라벨라, 크로밸리, 펄밸리… 하지만 비행기에서 자네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봤지. 내 아내가 실족사 할 수 있을 만큼 티잉그라운드가 높은 골프장은 여기… 레전드 밖에 없더군. 그리로 내 아내를 오라고 할 거예요.”

“실족사를 유도하시게요?”

“그건 내일 이후의 문제이고… 오늘은.”

“사모님이 오기 전에 저랑 함께 자려고요?”

유민 회장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흥분한 것일까? 현성애는 제법 큰 소리로 떠들었지만 현지인 택시기사가 전혀 우리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그는 개의치 않았다.

사실 그녀는 유민 회장이 황급히 남아공에 찾아 온 까닭을 알고 있었다. 아내 신희영을 보기 위해서? 개가 풀 뜯는 소리! 요즘 들어 강유리라는 골프선수에게 눈독들이던 중에 제 아들과 강유리가 함께 찍은 동영상을 보고 홧김에 달려온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추측컨대 그런 정보를 즉각 알려주는 사람은 김지선일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김지선… 그 여자가 틀림없어. 어찌 되었든 당장엔 정보를 낱낱이 보내주니 고맙긴 하지. 그러나 언젠가는 내 손에 너도 끝장이 날 거야.’

레전드 골프장이 이리도 멀었나? 택시 안은 정적에 잠겨 있었고 현성애는 잠시 김지선과의 추억에 잠겨 있었다.

언제였던가… 목포 선착장에 도착한 그녀는 수소문 끝에 ‘사랑의 무인도’에서 아담과 이브놀이를 하는 그들을 찾을 수 있었지. 그들이란? 바로 유호성과 김지선, 돈 들여 무인도 하나를 전세내고 사랑노름을 하던 작자들이었다.

그날, 질투에 눈이 멀었던 현성애는 백사장 술통에 숨겨놓았던 아담과 이브의 옷가지를 돌에 싸매어 바닷물 속에 처넣었지… 왜냐고? 그때만 해도 유호성을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개 버릇 남 주랴? 유호성이 김지선을 발로 찬 것은 그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였으니… 김지선은 그 이후로 현성애와 가까이 지내며 유호성과 관련된 악성 정보를 전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왜냐고? 이제 공동의 적이 되어버린 유호성을 박살내줄 만한 사람은 현성애 밖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레전드 골프장으로 사모님을 불러서… 골프 라운딩을 하겠다고 약속하세요. 그러면 오늘 밤 함께 자 드릴게요.”

“좋아, 그렇게 하지. 까짓 거…”

유민 회장은 쉽게 승낙했다. 계속 이혼해달라고 조르는 아내 신희영이 없어진다면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그건 나중 이야기고, 일단은 현성애와 동침하는 것이 급했기 때문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