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ㆍ홍승완 기자]LG전자의 에어컨 브랜드 휘센은 지난 6월 한달간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휘센 사진전’을 개최했다. 시원함을 주제로 고객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카피를 휘센 홈페이지(coolwhisen.com)에 응모하면 우수작을 심사해 상품을 주고, 선정된 상품은 직접 각종 인쇄 광고에 콘텐츠로 사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1000여건이 넘는 작품이 쇄도했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상품들은 사진과 카피의 수준도 상당해 그대로 광고로 내보내도 될 정도였다. 소비자들의 사람냄새 폴폴나는 광고가 주는 매력도 높았지만, 소비자들에게 ‘휘센=시원함’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내년에도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 광고 캠페인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로 제작된 광고ㆍ제품이 늘고 있다. 사진 공모전을 통해 소비자가 찍은 사진으로 신문광고를 만드는가 하면 직접 만든 UCC가 그대로 TV 전파를 타고 CF로 방영되기도 한다. 식음료 제품엔 깐깐한 소비자의 ‘입김’이 들어가는 게 대세다. 기업 입장에선 투자 비용과 위헙 부담을 줄여 성공 가능성을높이는 방편이어서 요즘같은 불황엔 ‘보험’과 같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협업하는 이른바 ‘컨슈메이드(consumer+made)’ 시대인 셈이다.

‘컨슈메이드’ 광고는 소비자가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직접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고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광고와 차이가 있다. 마케팅 과정에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브랜드에 대한 주인의식과 충성도가 높아지고, 다른 소비자들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를 갖게 된다.

휘센의 경우도 그랬다.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거쳐 신문광고로 게재되는 동안, 당선자들은 물론 사진을 감상한 사람들이 사진이 게재된 신문광고를 블로그나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며 화제를 모았다. 이웃이나 가족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사진에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계에서는 이런 컨슈메이드 광고의 증가에 대해 이유있다는 반응이다.

대기업 계열 광고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TV, 인터넷, SNS 등 늘어난 플랫폼들에 대해서 기업들이 일괄적인 광고를 전달하기 힘들어졌다”면서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참여가 쉬운 플랫폼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참여를 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설명했다. 스마트기기들의 발달로 소비자들이 기업과 직접 소통하고 콘텐츠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해진 점 등이 컨슈메이드 광고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웅현 LG전자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담당 상무는 “소비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활용한 ‘컨슈메이드’ 광고는 고객이 스스로 브랜드 마케팅 활동의 주체가 되는 방식”이라며 “해당 고객에게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지고 타 고객에게는 친근함을 줄 수 있어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기업 활동의 주인이 되는 형식의 마케팅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식음료 업계에서도 ‘컨슈메이드’의 역할은 지대하다. 제품 성공의 열쇠가 소비자 입맛에 달려 있는 만큼 기업들은 신상품 기획ㆍ생산ㆍ마케팅 등 거의 모든 과정에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팔도가 지난 8일 출시한 ‘앵그리꼬꼬면’은 50명의 ‘앵그리꼬꼬 프로슈머’와 시식평가들의 날카로운 지적을 수렴한 제품이다. 지난해 하얀국물 라면인 ‘꼬꼬면’으로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불과 1년만에 빨간국물로 라면 시장이 재편됨에 따라 팔도로선 빨간국물로 선회한 것. 심기일전이 필수인 상황에서 소비자 의견 총합이 차지하는 비중은 클 수밖에 없었다.

‘앵그리꼬꼬면’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면발의 문제점 개선 아이디어 뿐 아니라 포장 디자인 등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에 대한 의견까지 활발히 내놓았고, 회사 측은 오프라인 모임만 3차례나 가지며 전폭적으로 반영했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 생각을 받아들여야 어려운 시기에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며 “‘앵그리꼬꼬면’으로 연매출 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가 만드는 빵 가운데 베스트셀러 제품인 ‘엄마가 미(米)는 우리쌀 식빵’도 소비자 의견이 출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테두리까지 하얀 식빵을 내놓자는 아이디어는 파리바게뜨의 쎄앙스(séanceㆍ회합)프로그램에서 나왔다. 주부 30명, 대학생 30명으로 구성된 이른바 모니터링단이다. 6개월 단위로 활동하며 이 기간엔 매주 회의를 열어 맛, 디자인, 가격에 대한 의견을 내놓아 제품을 개선시킨다.

오비맥주도 신제품을 내놓기 전 소비자 의견, 평가를 수렴하는 작업을 필수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엔 예년과 달리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카프리를 15년만에 리뉴얼했다. 맥주맛에 약간 변화를 줬고, 패키지 디자인도 바꿨다. 여기에서도 소비자 대상 의식조사, 평가를 꼼꼼하게 체크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음료 업체가 진행하는 소비자 의견 수렴은 단순히 맛 평가에 그치지 않고 시즌별 마케팅 활동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논의해 트렌드를 읽기까지 한다”고 전했다.

홍성원ㆍ홍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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