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명동 땅값…상인들에 들어보니
낡은 계단·볼품 없는 스카이라인 불구 한평짜리 상가도 억대 임대료 ‘상상이상’
철저한 공급자 우위…시세는 ‘유명무실’ 임차인 계약조건에 외부발설 금지조항도
330㎡ 이상 대형공간 대지는 거의 전무 경기침체로 최근 부동산 신장세 사라져
지난달 서울 명동 중앙로에 위치한 화장품 브랜드숍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이 3년간 보증금 50억원, 월 임대료 2억5000만원에 재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5층 건물 전체 임대료라고 해도 상당하다. 이 점포가 위치한 서울시 중구 충무로1가 24-2는 지난 5월 서울시 개별 공시지가 기준 3.3㎡당 2억1450만원으로, 9년 연속 최고가를 기록했다. 1평 값이 서울 외곽 집 한 채 가격이다.
▶CGV~유네스코~명동역… 황금의 ‘L’라인=명동의 빌딩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상가 1층 점포들은 화려한 인테리어로 장식했지만 대부분 수십년 된 건물이라 1층 전면부가 아니면 건물 입구가 어디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곳도 많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면 낡은 계단이 지나온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충무로 D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4~5층 건물에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이 드물다”며 “우스갯소리로 ‘땅값 비싼 동네에 엘리베이터 설치하는 것도 손해’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처럼 명동이 스카이라인은 볼품없을지언정 땅값(임대료)만큼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 명동 중앙길(2번가)에 위치한 매장의 1층 면적은 대부분 50~66㎡ 정도이지만 1층 점포 치고 임대료가 억대를 넘지 않는 곳이 없다.
중앙길로 불리는 지하철 명동역부터 유네스코회관 앞까지의 넓은 도로와 여기서 다시 소공동 롯데백화점과 이어지는 지하상가 출입구 앞 명동CGV(옛 코스모스백화점)까지의 ‘L’자 모양의 길은 명동 속의 명동으로 통한다.
과거 1970년대 전 명동의 중심은 ‘명동1가’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었다. 증권거래소부터 국립극장, 유명 양장ㆍ양복ㆍ양화점들이 모두 1가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1가만으로는 부족했던 명동 상권은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명동2가로 번지기 시작했고, 지금의 ‘L’라인이 형성됐다.
▶골목별ㆍ점포별 천차만별인 시세=명동에서 잔뼈가 굵은 부동산중개업자들도 “명동은 모른다”고 얘기하곤 한다. 그만큼 부동산 시세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계약을 하더라도 건물주와 임차인과의 계약조건들에 대해선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인 데다 대부분 건물주가 부르는 대로 계약이 이뤄지다 보니 빚어진 현상이다.
3.3㎡당 공시지가 기준 명동 상권에서 가장 비싼 건물이 월 2억5000만원대에 이르는 반면, 가장 싼 건물은 1200만원대에 그친다는 최근 분석도 있었다. 명동 M 공인 관계자는 “임대료가 한 달에 수억원 해도 (세)들어오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며 “철저하게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시세는 유명무실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이드라인은 있다. 상가 정보업체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명동역 4번 출구에서 시작되는 명동2번가는 면적 130㎡ 정도의 매장을 기준으로 보증금 5억~30억원에 월 임대료를 7000만~2억5000만원으로 본다. 2003~2006년 새 중앙로의 임대료가 너무 빠르게 상승했던 터라 어느 정도 고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이곳의 시세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평가다. 다만 네이처리퍼블릭과 같은 랜드마크 격의 점포가 가장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다른 점포가 이를 따르는 모습이다.
2번가를 중심으로 최근 눈에 띄게 유동인구가 증가하면서 주변의 1ㆍ3번가나 을지로에 가까운 명동성당 길 쪽의 점포들도 활성화되는 양상이다. 1번가의 경우 폭이 7~8m에 불과한 거리로, 업종이 의류 브랜드나 잡화 등으로 특화돼 건물 전체를 통임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층당 66~83㎡ 면적의 2층 임대 시 임차 조건이 보증금 10억~15억원에 임대료 3000만~4000만원 수준이다. 33㎡ 면적의 1층 단일 층 점포도 대부분 보증금 2억~5억원, 임대료 1200만~1800만원을 호가한다.
3번가가 임대료가 낮은 편이다. 중앙로 대비 35%, 1번가의 70% 수준으로 임대료가 낮은 만큼 업종이 다양하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최근 2년 새 1ㆍ2번가는 30~40% 점포가 손바뀜이 있었지만 3번가는 그렇지 않았다”며 “적절한 수준에서 점포 임대료가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이 지역은 매장마다 2억~3억원 정도씩 권리금이 형성돼 있는 게 특징이다.
눈스퀘어부터 명동성당까지 이르는 거리는 명동 상권 부활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지역으로 꼽힌다. 2번가와 점포 구성이 흡사하며, 시세는 1~2층 165㎡ 매장을 기준으로 보증금 10억~20억원, 임대료 4500만~7500만원 수준이다.
▶명동의 한계?= ‘잘나가는’ 명동이지만 부동산 투자 측면에서 한계도 있다는 평도 있다. 입점을 원하는 입장에선 330㎡ 이상의 대형 공간을 원하지만 이를 충족하는 조건의 대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충무로 S 공인 관계자는 “연접한 건물을 합쳐 개발하는 것도 가능할 테지만 임대 수익이 충분한 건물주가 웬만한 조건 아니고서는 매각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동에 여러 빌딩을 소유한 한 자산가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평당 20억원을 준다고 해도 명동 중앙로의 어떤 빌딩주도 빌딩을 팔지 않을 것”이라며 “가지고 있으면 안정적 임대 소득이 보장되는데 굳이 메가톤급 세금을 내면서 팔아야 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경기 침체도 문제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외국인들이 명동 상권을 지탱해주고는 있지만 최근엔 큰 폭의 신장세도 없는 모습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명동 상권의 ㎡당 임대료가 지난 1분기 11만1276원에서 2분기 11만589원으로, 0.62% 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백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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