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민상식 기자]#20대 후반 여성 A 씨. 그는 지난해 서울 지역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해 교사가 됐다. A 씨는 경남의 한 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아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막상 교육현장에 가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교사의 위치가 흔들리면서 학생들을 제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점점 무력감을 느꼈고 스트레스는 커져갔다. A 씨는 ‘이렇게 무기력한 교사가 되려고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던가’라는 자괴감이 들어 자살까지 생각하게 됐다.
#서울 지역의 명문대와 명문대학원을 나온 30대 중반 남성 B 씨. 그는 지방의 한 시골 마을에서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한 동네의 자랑이었다. 그만큼 부모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해도 원하는 곳에 취직하지 못했다. 주변의 기대가 워낙 높다 보니 그 역시 부담과 절망이 컸다. B 씨는 설날 등 명절에 고향에도 내려가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해지자 우울증이 생겼고 자살까지 생각하게 됐다. (자살 예방상담을 받은 실제 사례로 A 씨와 B 씨는 정신과 치료 이후 자살 생각을 버림)
대한민국은 자살 공화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1만5566명으로, 하루 평균 42.6명꼴로 자살했다. 특히 최근에는 고학력자들의 자살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대학 이상 학력의 자살자수는 2008년 2025명, 2009년 2478명, 2010년 2708명으로 최근 3년 연속 증가했고, 대학원 이상 자살자도 2008년 150명, 2009년 178명, 2010년 208명으로 늘었다. 반면 최종학력 중학교 졸업의 자살자수는 2009년 1947명에서 2010년 1811명으로 감소하는 등 대학 이하 학력 모두 자살자수가 줄었다.
사무직 종사자의 자살 역시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사무직종사자의 자살은 2008년 718명, 2009년 961명, 2010년 975명으로 늘었고, 관리직의 경우도 2008년 145명, 2009년 220명, 2010년 265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단순노무 종사자의 자살은 2009년 458명에서 2010년 415명으로 감소했다.
고학력ㆍ사무직 종사자들의 자살이 늘어난 것은 정신적 스트레스 증가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경쟁이 심화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고학력자와 직장인들이 더욱 늘어났다”면서 “스트레스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27.6%는 평생 한번 이상, 16%는 최근 1년 내 하나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자살예방센터의 정택수 상담팀장은 “우울증 환자의 80% 가량은 자살을 시도한다”면서 “학부와 석사를 마쳤지만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좌절감을 느낀 고학력자들이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고학력ㆍ사무직 종사자들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치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사무직 종사자들은 정신과에 갔다가 소문이 나 직장을 잃을 것을 우려한다. 그래서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아 증상이 더욱 나빠진다”면서 “고학력자 역시 자존심 때문에 자살 예방상담이나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자살 예방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우울증 환자를 찾고 치료하는 시스템을 국가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면서 “경쟁에 실패를 했을 경우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정망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팀장은 “직장인들은 여가시간을 충분히 갖는 등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야 한다”면서 “고학력자도 눈높이를 낮추고 너무 완벽주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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