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봉사자·지자체 참여 ‘자원봉사형 마을 만들기’ 성공 모델 담장벽화·한뼘공원 조성…열악한 거주환경 개선 상생 프로젝트 주목 대선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보다 ‘알맹이 주거복지’ 정책 절실

‘마을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도로엔 물고기가 다니는 물길이 그려지고 담장과 옆집 건물벽은 풀이나 나무열매가 풍성하게 채워졌어요. 항상 지저분했던 마을길이 벽화, 공원 등으로 밝고 정감 넘치는 골목길로 변신한 것입니다. 낡은 주택도 묵은 때를 벗고 내외부가 말끔히 수리돼 다른 세상에 사는 기분입니다.’

지난 6일 서울 남부순환로 257가 길 48번지에서 만난 기초수급자 이모 씨는 싱글벙글이다. 낡고 너덜거리던 주택의 거실과 주방, 방 등이 도배로 완전히 새집처럼 변했다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인근 동작대로 11가의 길 101번지에 거주하는 한부모 염모 씨도 오래된 싱크대를 완전히 새모습으로 바꾸고 나니 10년 묵은 체증이 사라진 기분이라며 집수리 자원봉사자들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주거복지실천의 살아있는 현장이다.

2000년대 들어 못 사는 사람들의 거주환경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는 여론이 터져 나왔지만 귀 밖 소리에 불과했다.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면서 가진 자들의 투자놀음이 진행되는 사이에 전통적인 골목 커뮤니티는 점차 사라졌고 달동네는 철거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지배해온 게 사실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한술 더 떠 주거비 지원까지 들고 나왔지만 오리무중이다. 재정상황은 뒷전인 채 포퓰리즘적 주거복지만을 주장한 탓이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주거복지연대(이사장 이상한)가 이번 여름에 실시한 ‘자원봉사형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는 상생시대 주거복지의 실천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원봉사형 마을 만들기, 새로운 이정표 제시=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추진 어반 피플(urban people)을 줄여 ‘행복한 아마추어’로 명명된 이 사업은 주거복지연대가 서민 주거복지 증진을 위해 시도한 첫 자원 봉사형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다. 건축을 비롯해 전기, 설비, 미술, 도배, 장판 관련 재능기부자들이 열악한 단독, 다세대 밀집지역의 골목길 정비를 비롯해 주택 내외부 수리, 담장벽화, 한뼘공원조성 등의 민간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첫 사업대상지는 서울 동작구청에서 선정한 사당로 22 나길 일대 100여가구 밀집지역. 기초생활수급자 및 최저생계비 120% 이하 가구 총 48가구를 대상으로 지난 8월 25일부터 3주 동안 진행됐다. 장판 도배와 방충망, 화장실 개선, 싱크대, 전기 조명 등 열악한 환경중심으로 개선사업이 이뤄졌다. 이와 함께 골목길 노면포장과 녹지조성 및 주변 환경개선에도 역점이 주어졌다. 무상 실시가 원칙이나 유주택 가구주는 기초생활수급자와 달리 자재비 일부를 부담토록 했다. 여기에는 동작구청과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감정원, 우리은행, 키움증권, 케이에스넷과 같은 사회공헌기업이 소요경비와 자원봉사인력을 제공하고 서울형사회적 기업인 희망하우징, 비영리민간단체인 거리의 미술 등이 참여해 새로운 민간 주거복지의 모델을 보여줬다. 시민사회를 비롯해 기업, 지자체, 일반 재능기부자가 공동으로 참여해 주거복지의 실행모델인 소규모 골목길 주거환경 개선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주거복지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커뮤니티 파괴와 환경경관문제, 획일화된 주택건설, 낮은 원주민 정착 등 그동안 많은 문제를 유발시켜온 도시재생사업을 마을의 유대감을 높이고 거주 편의성을 개선하는 민간NGO 차원의 대안적 시도로 바꾼 것이다.

▶보다 많은 기업, 자원봉사자 참여, 확산 절실=지자체나 일부 시민단체만으로 소외계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나눔의 의지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 사업은 소외된 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 가정, 차상위장애인들의 주거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양극화의 극단을 해소하고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효과를 덤으로 얻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거복지연대는 사회적기업인 희망하우징을 운영하면서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300일 이상의 고정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고용과 복지가 연결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또 행복한 아마추어 프로젝트의 사업비 지원과 시공주력봉사자는 참여기업이다. 일정별로 참여기업 임직원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일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따라서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기업과 재능기부 자원봉사자의 참여가 절실하다. 특히 주택 관련 재능인력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건설주택업체들의 동참이 필수다. 새 주택을 짓고 분양하는 이들 기업의 경우 이윤과 재능의 사회적 기여야말로 추진력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주거복지연대 남상오 사무총장은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의 보다 정감 넘치는 끈끈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는데 큰 보람이 있다”며 오는 11월 또 다른 지역에서 보다 풍성한 마을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