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빅 시큐리티

흉악범죄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마음 편할 날이 없다. ‘묻지마 범죄’ ‘성폭력’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각종 범죄에 시민은 불안하다. 경찰은 불심검문을 부활하고 순찰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민은 꿈꾼다. 범죄없는 사회를. 정말 그런 사회가 가능할까.

2010년 산타클라라 대학의 수학자 조지 모셜은 흥미로운 사실에 주목했다. 어떠한 범죄의 경우 잠재적으로 예측 가능한 패턴을 지닌다는 것이다. 큰 지진 뒤에는 반드시 여진이 있는 것처럼, 범죄도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또다시 일어날 확률이 높다.

이에 영감을 얻은 모셜은 지진예측 방정식을 응용해 과거 수년간 일어난 범죄기록과 사회범죄에 대한 행동연구자료 등을 입력하면 범죄가 일어날 장소와 시간대를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LA 경찰의 테스트 결과 이 프로그램은 25%의 확률로 범죄 장소를 예측했고,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경찰청은 곧바로 필드테스트를 실시해 범죄 예방에 활용했다. 범죄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범죄 발생 예측 지역을 자주 순찰하면 빨리 희생자를 구하고 현장에서 바로 범죄자를 체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프로그램 도입 후 차량 절도가 빈번한 구역 순찰에서 숙련된 담당경찰보다 범죄 예측 프로그램을 통한 순찰 효과가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의 수사는 발생한 사건을 기초로 역으로 분석하고 범인을 찾아냈지만 미래에는 빅데이터에 기반해 범죄를 예방하는 수사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정보라도 모이고 모여서 과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되면 범죄 트렌드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데이터의 양이 적어 예측 확률이 낮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계속해서 분석하면 확률도 높아진다. 앞서 설명한 범죄 예측 프로그램도 매일 추가되는 범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금은 70%의 예측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흔히 범죄는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에는 나름의 패턴이 존재하고 범죄도 일정의 물리적인 과정이라고 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범죄자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는지를 분석한다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범죄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어떤 사건사고가 발생했는지를 인터넷상에서 알려주는 ‘범죄지도(Crime Map)’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영국은 ‘Police.uk’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별 범죄 현황 및 발생 유형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범죄지도를 운영 중인데,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시민의 관심이 높다. 범죄 위치와 유형 등을 주소지 주변으로 상세하게 제공해 구체적인 범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예방할 수도 있어 큰 도움이 된다.

미국의 오메가라는 회사는 ‘크라임매핑(Crime Mapping)’이라는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도 제공해 유저가 어느 지역에 있든 스마트폰을 통해 바로 범죄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 앞으로는 내 주변의 범죄 데이터와 나의 개인 데이터를 분석해 현재 내가 범죄를 만날 확률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빅데이터를 통한 범죄 예보로 나의 가족이 안심하고 거리를 다닐 수 있는 그런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김재필 KT 경제경영연구소 팀장> /kimjaepil@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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