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데뷔 20년 차에 접어든 배우 장동건에게 2012년은 특별한 해다.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는 밀당의 고수 김도진으로 열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애태우더니 이번에는 허진호 감독의 신작 ‘위험한 관계’에서 최고의 카사노바로 분해 또 다시 변신에 나섰다.
이번 작품을 통해 중국의 내로라하는 여배우 장백지, 장쯔이와 호흡을 맞춘 그에게서 ‘신사의 품격’의 김도진이나 기존의 묵직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능글맞은 카사노바 세이판이 존재할 뿐이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그는 감기에 걸려 다소 피곤해보였지만 아픈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영화와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다음은 장동건과의 일문일답
-‘신사의 품격’이 흥행하지 못했다면 ‘위험한 관계’ 개봉이 부담스러웠을까?
그렇진 않을 것 같다. 이번 영화는 흥행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대작이라면 흥행에 대한 부담이 컸을 거다. 투자 하신 분들이나 제작하신 분들은 섭섭해 하실지 모르겠다.(웃음) 흥행 보다도 영화의 완성도나 작품성이 인정 받았으면 좋겠다.
-허진호 감독의 멜로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자신만의 색채가 뚜렷한 감독이라 선택했다. 감독님의 작품들이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인물들이 많이 나오고, 감정선이 단순하지가 않다. 그런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허진호 감독님만의 섬세한 작업 정신을 기대했다.
-‘위험한 관계’가 장동건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될 것 같나?
기대가 크진 않지만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대표작을 바꿀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웃음) 감독님과 촬영 중반에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8월의 크리스마스’이후 감독님의 대표작은 언제 나오냐고.
-‘위험한 관계’도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는 대작으로 꼽힌다. 자신이 대작에 캐스팅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 동안은 ‘대작’이라는 것에 의식을 못했다. 대작 영화에 출연했지만 흥행의 부담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부담감을 안고 있었던 것 같다.
-장쯔이 장백지와 호흡을 맞추니 어땠나. 한국 여배우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장백지 씨는 벌써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돌이켜 보면 한국 여배우와도 두 번 맞춘 적이 없다. 이번에 다시 만나 보니 7~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면서 많은 일도 겪지 않았나. 뭔가 처연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배우로서 성숙해진 느낌이 많이 들었다. 장쯔이 씨는 영화 현장에서 정말 철두철미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 완벽주의자다. 영화의 필모그라피를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더라. 현장에서 보면서 많이 배웠다.
-세이판이라는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강조하거나 신경 쓴 부분이 있나?
허진호 감독님은 이 영화를 멜로 영화, 사랑영화로 만들고 싶어 하셨다. 그런 점들을 염두에 뒀고 제가 처음에 초반을 둔 세이판의 이미지와 감독님이 생각한 세이판의 모습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나쁜 남자인 건 확실하지만 유머를 갖춘 나쁜 남자로 보이려 했다.
-나쁜 남자를 연기한 적이 사실 상 별로 없지 않나?
그렇다. 연애 감정이 들어가는 영화는 많이 안 했다. 물론 ‘신품’이 있었지만 그전에는 별로 없었다. 악역 비슷한 것들도 많이 했는데 여자에게 나쁜 남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밌었다. 내가 컨트롤 하고 사람을 통제한다는 느낌이 너무 흥미롭더라.
-‘신품’에 이어 연기적으로 새로운 이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필모그래피에 염두를 둔 건가?
아니다. ‘이번에 뭘 했으니 다음엔 뭘 해야지’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다. 이번 같은 경우는 시기적으로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기존의 작품 속 내 모습이 답답하고 싫증이 나 있는 상황이었다. 유쾌하고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고, 때문에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드라마를 또 할 생각이 있나?
그 전에도 사실 드라마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 때 당시 관심사는 영화였고, 그에 비해 드라마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것이다. 드라마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하고 싶다. 오랜만에 드라마를 해보니 피드백도 바로 오고 재밌더라.
-고소영이 ‘신품’ 출연 당시 질투를 했다고 했는데, 이번 영화는 어땠나?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는 알고 있었다. 왜 이런 영화 안 하다가 결혼하고 나서 하냐고, 꼭 해야겠냐고 묻더라.(웃음) 허진호 감독님의 작품이니까 안심라고 말해뒀다.
-2012년이 ‘장동건’이라는 배우의 분기점이 될 것 같은데 또 준비 중인 것은 없나?
아직 없다. 차기작은 특히나 결정된 게 없다.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이후에 한 2년 동안은 쉬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마이웨이’, ‘위험한 관계’, ‘신품’까지 빡빡한 스케줄이었다. 아이와 보낼 시간이 부족했다. 특히나 지금 굉장히 많은 애정을 줘야 하는 시기라고 하더라. 엄마와는 끈끈한 관계가 형성됐는데 아빠인 나랑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나는 지금 혼낼 자격도 없는 아빠다.(웃음)
-장쯔이와의 러브라인, 그리고 장백지를 향한 분노 등 감정 표현이 풍부했다.
전 장면이 다 힘들었다. 사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명확하지가 않지 않나. 캐릭터의 감정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러고 보니 마음이 편해지고 더 복합적인 감정선이 그려진 것 같아 만족한다.
-최근에 합작 영화가 많은데 합작 영화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나는 우리나라에서 합작 영화를 누구보다 많이 했던 배우다. 합작영화는 나를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과 넓은 관객층에 다가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작업할 때 오는 재미가 있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과 모여서 한다는 것이 재밌다. 다만 다른 언어로 연기를 할 때 오는 깊이의 부족함에 대한 회의감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회의감을 이번 작품을 통해 덜어낼 수 있었다. 이번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중국어로 연기하려고 마음먹지 않고 들어갔다. 그런데 캐릭터가 잡히고 나니 한국어로 연기할 때 더 어색하고 표현이 아 ㄴ되더라. 끝까지 중국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뉘앙스는 몰라도 표현할 것은 다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못 믿을 AI기업…검증하고 평가받게 하라[머브 히콕]](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3.2391f1fe070840f39f8da5e471902ef7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