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 전통혼례에는 주례사가 없었다고 한다. 성직자가 주례 설교를 했던 서양식 결혼식이 국내에 정착하면서 주례사가 생겼다는 것이다. 전통혼례의 전안례, 교배례, 합근례 속에 모든 결혼생활 덕목이 이미 포함돼 있다. 신랑이 기러기를 가져가서 행하는 전안례에는 기러기 한 쌍의 영원한 사랑이 담겨 있고, 교배례는 서로에게 큰절로서 존경을 표하는 것이며, 합근례는 이 모든 언약을 약속하는 신랑신부의 ‘러브샷’이다.
3년 전 타블로-강혜정이 결혼할 때엔 주례사 대신 ‘이런 신랑, 이런 아내가 됐으면…’ 하는 두 사람의 글이 낭독됐다. 주례사가 늘어지면 지루해지고, 좋은 말 장광설을 늘어놓다 보면 주례 스스로도 찔릴 것이다. 오죽하면 ‘주례 설 당신이 살아왔던 반대로만 말하면 된다’는 충고가 나왔을까.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 군인공제회관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나우무용단 무용수 김병화 팀장과 조명예술가 황종량 씨의 결혼주례사는 ‘무용수를 평생 비추는 조명예술가. 둘의 삶은 영원히 빛날 것이다. 다툴 일이 많은데 무조건 참아야 빛에너지가 산다. 이들의 빛나는 결혼에 큰 박수를 보내 달라’가 전부였다.
1분 만에 끝난 주례사에 하객의 환호가 이어지는 순간, 닥종이인형 탈을 쓴 갑돌이와 갑순이가 등장해 노랫말에서 못다 이룬 사랑을 마침내 이뤄낸다는 무용극을 선사했다. 이어 예술인 장사익 선생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라는 무반주 축가를 부르면서 하객의 감성을 바짝 끌어당겼다. 하객들은 두 편의 문화예술 공연을 감상하는 횡재를 얻었다. 주례 청탁을 받았거든 “나는 금방 끝낼 테니, 알아서 아름답게 채우라”고 통보하시라. 그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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