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ㆍ박병국ㆍ민상식 기자] “엄마가 출근 때문에 도시락을 못싸줘서 학교 앞 편의점에서 김밥이랑 우유를 사왔어요.”
급식 조리원 등 전국 공립 초ㆍ중ㆍ고교의 비정규직 직원 3만5000명이 일제히 파업에 돌입한 9일, 미처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 인근 편의점과 분식점에서 김밥이나 빵 등을 구입하느라 분주했다.
9일 오전 서울 창덕여중에는 김밥, 샌드위치, 컵라면 등을 들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2학년 이성희(14) 양은 “도시락 대신 학교 앞에서 김밥을 사가지고 왔다. 학교에 매점이 없고 점심시간에 밖에 나갈 수도 없어서 미리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도시락을 지참한 학생들은 10명 중 3명 정도에 불과했다. 1학년 박아름(13) 양은 “엄마에게 말해 도시락을 싸들고 왔다. 7년만에 도시락을 들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서울 도곡초교에는 자녀의 도시락을 들고 배웅하는 학부모들이 눈에 띄었다. 중학교에 비해 도시락을 지참해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황의경(43ㆍ여)씨는 “오랜만에 아이 도시락을 싸주니 소풍 가는 기분”이라며 “파업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차별이라면 어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학년 이준성(10)군은 “엄마가 평소보다 한시간 일찍 일어나 비빔밥을 싸주셨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이번 파업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옥선 도곡초 교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학교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 해결 될 문제다. 학생들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산하 3개 비정규직 노조의 연합체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호봉제 시행 ▷교육감 직접고용 ▷교육공무집 법안제정을 요구하며 9일 파업에 돌입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17개 시ㆍ도 공립 초ㆍ중ㆍ고교 9647곳 중 9.67%(933곳)가 파업으로 급식을 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원이 가장 많은 경기 지역은 99개교, 전북 60개교, 대구 34개교, 서울 7개교가 급식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 학비연대는 9일 오전부터 정부종합청사 및 각 지역 교육청 인근에서 교육당국에 고용안전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진행된 총파업대회에는 노조원 1000여명이 참석해 교과부에 대한 규탄 농성을 벌였으며, 이후 서울시교육청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오후에는 각 지역 새누리당 당사를 방문해 학교 비정규직 직원의 처우 개선을 주요로 하는 교육공무직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편 교과부는 학비연대의 총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는 일반사업체와 달라 아이들의 교육활동에 지장을 주는 파업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파업 진행 시 법과 원칙에 따라 파업 참가자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불법 행위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행정조치 및 형사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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