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국책은행에 이어 민간은행권에서도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이 나온 가운데 노사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연내도입 강행을 주장하는 한편 노조은는 해고연봉제라며 성과연봉제 도입 자체를 부정하며 2년만에 파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측을 대표하는 행연합회는 지난 21일 ▷전직원 성과연봉제 적용▷임금 격차 최대 40%▷성과급 비중 최소 2배 이상 등의 내용을 담은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사측은 “비효율 및 무임승차 문제 해결, 생산성 및 효율성 강화를 위해 성과연봉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자체를 거부한다”며 “가이드 라인에 제시된 평가 구조, 평가 방식, 평가 운영, 결과 활용 등이 시중은행권에 적용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직원 순위 매기기가 본격화되고 이는 해고와 노동자 노예화로 이어질 것이란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금융노조는 앞서 지난 19일 9월 파업을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 95.7%가 찬성해 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현재 노사 양측은 산별중앙교섭 역시 파행된 상태라 이 상태로 갈 경우 파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23일 5차 산별중앙교섭에서 타협점을 찾지못하고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조정신청을 받은 중앙노동위원회도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손을 뗀(조정종료 결정)상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노사간 불신이 평행선 갈등을 이어오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노동 전문가들은 정부에 대해선 노동계를 설득하는 노력을 더하고 노동계는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동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과연봉제가 성과를 내려면 직원간 차등을 만드는 과정이 직원들에게 납득 가능해야 한다”며 “평가지표를 객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노동자들과 먼저 논의해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역시“성과연봉제에 대한 노조의 우려는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을 공정하게 만들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평가방법 마련에 노동조합을 참여시킨다든지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계도 ‘무조건 안 된다’식의 기득권적 태도를 고수하기보다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대화와 타협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장 올해 안으로 도입하려고 하다보니 많은 잡음이 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단계적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공공기관이 앞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한 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