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1년 전 부터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A(57) 씨.

치킨집에 들어오는 손님들을 향해 자연스럽게 “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라고 외치는 그는 사실 5년 전만 해도 조그만 기업체의 사장님이었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가난했고, 못배웠지만 A씨는 삶을 꼭 움켜쥐고 열심히 살아왔다. A 씨는 봉급쟁이부터 시작해 직원 5명을 둔 기업체의 사장님까지 됐다. 남부럽지 않았다.

하지만 5년전부터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았다. 매스컴에서는 ‘다시 오는 외환위기’, ‘사상 최대 불경기’ 등의 제목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섣불리 시작한 재테크도 사업 실패의 원인이 됐다. 결국 A 씨는 30년 넘게 키워온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는 “생각지도 못했던 실패를 겪은 후 3년을 집에 있었다. 작은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니 또 다른 현실이 밀려오더라. 사람이 어떻게 좋았던 때만 생각할 수 있나. 집에만 있을 수 없어 부인에게 뭐라도 해보자해 나왔다”고 말했다.

A 씨 부부는 그렇게 학교 골목 한 켠에 작은 치킨집을 냈다. 후미진 골목길이었다. A 씨 부부는 친절함과 치킨 맛만 좋으면 손님들이 넘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전 10시에 나와 새벽 두 세시까지 닭을 튀겼다. 네 평 남짓한 공간에서 A 씨 내외는 닭도 튀기고 서빙도 보고, 맥주도 팔았다. 아르바이트 생을 두면 수익이 남는 게 없어 부부는 스스로 뛰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A 씨는 “와이프는 묵묵히 나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었는데 와이프가 딱 한번 ‘우리 이거 안 하면 안돼?’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날 내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고 답했다.

A 씨는 이어 “그래도 용돈 벌이는 한다. 그나마 학교 앞이라 학생 손님이 있다. 이 작은 점포하나 못내 밖에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A 씨는 또 “아는 사람이 퇴직 후 치킨집을 차렸는데 순이익이 70만원인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사람도 ‘자영업자들이 다 쓰러져 가는 이 상황에서, 투자금 안 까먹고 순이익을 남기는 게 어디냐’며 만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이 쓰러져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A 씨의 치킨집도 1년전 보다 매출이 줄었다. A 씨는 “술을 파는 자영업자들은 전부 손님이 줄었다고 보면 된다. 외진 곳에서 치킨집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사가 안돼 그만 두고 싶은데 투자한 돈 때문에 못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30살과 20살된 아들이 있는 A 씨. A 씨는 둘째가 항상 맘에 걸린다. 중소기업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큰 아들은 계속 되는 야근으로 보기 안쓰럽지만 그래도 직장도 잡고 결혼까지 한 터라 그나마 안심이다.

A 씨는 “작은아들 자리잡을 때까지만 힘겹더라도 버텨나가야지 어쩌겠나. 그게 사는 것인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