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자리잡은 실손보험이 도수치료비를 둘러싼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과잉 도수치료에 대해 실손보험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뒤 벌어지는 일이다.
갈등은 보험사와 가입자, 그리고 의료계로 복잡 다단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보험사들이 도수치료 명목으로 실손 보험금을 신청하는 가입자에게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문을 명분으로 무리한 ‘실사 압박’을 하자 가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지난달 9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문을 바탕으로 도수치료비 지급에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시 분쟁조정위가 문제로 삼은 건 한 40대 여성. 그는 허리통증으로 지난해 서울의 한 정형외과에서 경추통, 경추 염좌 진단을 받고 의사로부터 도수치료(물리치료)를 권유받았다.
그리고 이어 그는 지난해 8월~10월까지 19차례, 같은해 10월~12월까지 22차례에 거쳐 도수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신청했다. 보험사는 1차 도수치료비 99만7700원은 지급했지만, 2차 치료비 247만6000원은 질병치료의 목적이 아니라며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분쟁조정위는 “도수치료 진단의 기초가 되는 객관적인 검사결과가 없고 반복적인 치료에도 환자의 상태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없다는 점”을 보험금 부지급 결정의 근거로 삼았다.
도수치료는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환자의 근육이나 뼈를 주무르고 비틀어 통증을 완화해주는 치료법을 말한다.
이 치료는 적절한 보상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어 일부 병원들이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과잉ㆍ허위 진료를 유도하며 일종의 도덕적 해이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로 인해 보험사와 가입자간의 각종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도수치료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첫 번째 사례를 발표하자 이번에는 보험사들이 금감원의 결정을근거로 선량한 가입자들이 역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로 상황으로 돌변하고 만 것이다.
이런 우려는 금감원이 도수치료 분쟁 조정 결정을 공개할 때부터 일찌감치 제기됐었다. 이 결정이 일종의 ‘판례’처럼 작용해 실손 보험금 지급 거절에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
한 발 더 나아가 도수치료를 둘러싼 갈등은 보험사와 의료계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달 금감원을 상대로 실손의료보험 분쟁조정결정에 대한 시정 요구 및 관련 자료를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조정결정 내용 중 ‘필요한 도수치료의 횟수는 도수치료의 목적을 고려할 때 주 2~3회, 4주 정도로 총 8~12회가 적절하다는 의적 소견’은 이번 조정사건에만 해당하는 개별적 판단”이라 해명했다.
의협은 결국 최근 금감원에 보험회사의 불법·부당한 행태 근절 및 공정한 감정을 위한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이를 지켜보는 한 실손보험 가입자는 “결국 일부 병원과 가입자들의 모럴해저드로 다수의 선량한 가입자들 마저 보험금 수령에 제한을 받는 상황이 벌어진 것 아니냐”고 반문한뒤, “보험사들은 가입을 유도할 때는 치료비를 보장해주겠다고 선전해 놓고, 이제 와서 금감원을 핑계로 보험금 지급에 제한을 두는 데서 배신감 마저 느낀다”고 털어놨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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