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1회> 붉은 태양을 따라서 10
“왜 그렇게 어리둥절하고 계시옵니까?”
바람처럼 나타난 두 명의 아가씨들 역시 대감놀이에 이력이 나 있긴 마찬가지였다. 요즘 세상에 고급 기녀를 양성하는 기관이 있을 리 만무, 하다못해 개인교습을 해 줄만한 사람도 없을 텐데 그 어린 아가씨들이 대감놀이를 능숙하게 할 수 있기까지 마담의 노력이 얼마나 많았을지 헤아려질 따름이었다.
“아니 이거… 참.”
“지금부터 흥선 대원군 놀이를 하셔야만 하옵니다. 자, 다리를 벌리고 섰으니 이리로 기어 나오십시오.”
듣기로… 기녀들은 상민이니 겹치마를 입을 수 없다고 했던가? 하지만 지금은 조선시대와는 차원이 다른 세상. 원래대로라면 홑치마 아래로 매끈한 두 다리가 드러나야 마땅했지만 그 아가씨들이 둘러 입은 치마 속으로는 웬걸, 거미줄처럼 얽힌 검은색 망사 스타킹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래, 알았다. 내 그리로 기어가마.”
재벌2세가 솔선수범하듯이 먼저 한 아가씨의 가랑이 사이를 기었다. 이걸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권도일은 거의 본능적으로 재벌2세의 겨드랑이를 부여잡았다. 세상에나… 당당한 재벌 가문의 후계자가 술집에서 아가씨들 가랑이 사이로 기어간다고? 술에 취하지도 않은 맨 정신으로?
“회장님!”
권도일이 그를 막아서며 강제로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재벌2세는 막무가내였다. 뿐만 아니라 권도일에게 함께 흥선 대원군 놀이를 하자며 다그치는 것이 아닌가.
“권 대감도 어서 가랑이 사이로 기시오.”
“아, 회장님!”
“어서 기라니까 그러시네.”
권도일은 더 이상 그를 말릴 재간이 없었다. 그를 말리지 못한다면 그다음 순서는 보나마나 뻔했다. 제 자신도 스스럼없이 아가씨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야 정답!
“알았사옵니다. 소인도… 기어보겠습니다.”
“으하하하! 거 좋지요.”
권도일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다른 아가씨의 가랑이 밑을 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지… 한창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려는 순간, 재벌2세가 갑자기 그에게 색다른 명령을 하기 시작했다.
“잠깐, 그 자세에서 뒤로 돌아 누우세요.”
“네? 이 자세에서 뒤로?”
그러나 흘깃 스쳐 본 재벌2세의 표정은 섬뜩했다. 결코 술자리에서 벌이는 장난이 아니란 투였다. 그렇다면 두 말 말고 돌아 눕는 것이 상책 아닌가. 그는 심호흡을 한 뒤에 대뜸 돌아 누웠다. 그녀의 치마 속으로 망사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벌려져 보였다. 붉은색 팬티와 이어진 가터벨트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 상태에서 동작 그만!”
재벌2세의 목소리였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힘이 잔뜩 담긴 목소리였다. 아무리 술집에서 해괴한 놀이를 벌이는 중이라 해도 재벌2세의 말을 거역하기는 어려웠다. 권도일은 그 상태에서 동작을 멈췄다. 아가씨가 붉은 갑사치마를 입고 있었던가? 새삼스레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노을이 지는 순간처럼 붉게 보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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