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아이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요”

7년 전인 지난 2005년 홍윤희(40ㆍ여) 씨는 딸 수민이를 낳자마자 간호사의 비명을 들어야 했다.

담당 의사는 “수민이의 종양이 신경에 딱 붙어있다. 수술로 제거가 불가능하거나 항암치료를 받아 죽을 수도 있다”며 “이런 경우 포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청천벽력같은 의사의 말. 홍 씨는 산통(産痛)을 느낄 여유도 없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딸. 고통을 말할 수도 없는 딸. 그래도 홍 씨에게 이 딸은 너무나 귀엽고 소중한 딸이었다. 홍 씨는 이 딸을 포기할 수 없었다.

홍 씨 딸 수민이는 수차례의 수술과 오랜 항암치료를 통해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또 다른 고통이 왔다. 바로 후유증이었다. 수민이는 이 후유증으로 현재 다리를 움직이지 못한다.

휠체어가 없으면 꼼짝도 할 수 없지만 언젠가 다시 걷기 위해 근육이 퇴화되지 않게 하는 아쿠아치료를 매주 받으며 재활의 꿈을 키우고 있다.

홍 씨에게 수민이는 희망이자 세상의 고마움을 알게 해준 스승이다.

“수민이가 그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을 때마다, 병마와 싸우는 아이를 보면서 저도 지지않겠다고 다짐했죠”라고 홍 씨는 말했다.

인터넷 유통회사를 다니는 홍 씨의 사정을 회사가 배려해줘 치료기간 동안 휴가는 물론, 직원들은 십시일반 모금까지 해줬다.

그는 수민이가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따뜻함과 고마움을 주위로부터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애를 가진 7살 수민이가 살아가기에 대한민국은 불안한 사회라고 홍 씨는 말한다.

그는 “휠체어를 탄 수민이와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도전이에요. 작은 턱도 아이에게는 높은 벽이죠.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를 포함한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죠”라며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 국가가 책임져야할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씨는 “최근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이 생활고를 못이겨 동반자살이라는 끔찍한 선택을 하는 것을 접할 때마다 이는 그들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책임과 역할의 문제라는 생각을 한다”며 “가족 중에 한명이라도 장애가 생기면 나머지 가족들이 뒷바라지를 위해 생업을 포기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가족 전체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런 현실 속에서도 자녀를 포기하지 않는 부모들을 위해 국가가 장애등급제와 같은 행정편의적 정책이 아닌 장애인에 대한 복지확대를 통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홍 씨는 내년이면 초등학교를 입학해야 하는 수민이를 위해 학교를 알아보던 중 겪었던 일을 말했다.

“보내고 싶은 학교가 있어 이사를 하면서까지 입학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막상 찾아가서 우리아이에게 장애가 있다고 하자 곤란한 기색을 보이는 거에요. 알고보니 이미 그 학교엔 장애아가 10명이 넘게 있었는데 특수교사는 1명밖에 없는 상황이더라구요. 그러면 ‘특수교사를 더 채용하면 되지 않냐’고 하자 ‘예산이 없어서...’라는 답만 하더라구요. 이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대한민국의 현실이에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일반학생들과 동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는 아직 먼 이야기죠”라며 그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요즘 수민이의 꿈은 휠체어를 타고 춤을 추는 ‘아이돌’이라고 한다.

매 번 바뀌는 수민이의 꿈이지만 홍 씨는 “언젠가는 이런 아이의 꿈이 이뤄질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오지 않겠냐”며 “그날을 위해 자신은 물론,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는 세상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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