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얼마전 개봉한 영화 ‘나는 살인범이다’는 15년 전 끔직한 방법으로 여성들을 살해한 범죄자가 공소시효가 지난 후 출간한 자서전으로 스타가 되는 내용이다.

해당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들은 뻔뻔한 범죄자를 보며 분통을 터트리지만 법적으로 살인범을 제재할 방법이 없어 답답해할 뿐이다.

현실에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7~2011) 공소시효 만료로 수배해제된 강력범죄자는 살인혐의 11명, 강도혐의 20명, 강간혐의 45명 등 총 749명에 달한다. 현행 국내 살인죄 공소시효는 25년이다.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15년에 불과했다. 따라서 1973년부터 2007년까지 발생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전국민을 경악케 했던 개구리소년 사건(1991년)이나 화성 연쇄 살인사건(1986~1991년), 이형호 군 유괴사건(1991년)은 이미 2006년 동시에 공소시효가 완료됐다.

범인을 잡아봤자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범죄자들은 이런 법현실을 악용하기도 한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수십 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하면서 촬영한 동영상 100여 편을 유포한 A(39) 씨를 정통망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지만 관련 법의 공소시효가 3년으로 만료돼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선경찰들은 이런 법현실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서초경찰서 강력팀 관계자는 “범인을 잡는 것이 일생의 목표인 경찰에게 법적으로 잡을 수 없는 범인이란 그야말로 피눈물이 나는 일”이라며 “공소시효라는 방어막 뒤에 숨어서 웃고 있을 범인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한편 사형에 해당되는 살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통과돼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1997년 이후 사건에 대해 적용될 예정이다. 일본은 지난 2010년 살인, 강도살인죄 등 최대 형량이 사형인 12가지 범죄에 대해 25년이던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공소시효=검사가 일정 기간 동안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 국가의 소추권(訴追權) 및 형벌권(刑罰權)을 소멸시키는 제도. 즉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기한’으로 범죄가 일어난 뒤 그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일정기간이 지나버리면 그 후 설령 범인을 잡더라도 처벌할 수 없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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