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4회> 붉은 태양을 따라서 (23)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몇 프로? 몇 프로나 떼어 줬습니까? 주식을…”
“10퍼센트요. 내가 잠시 미쳤었나 봐요. 피 보다도 아까운 주식을 아무 생각 없이 선뜻 떼어주다니.”
“신 여사님이 가지고 있던 주식의 10퍼센트?”
신희영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애초에 그녀는 유민제련그룹 총 주식의 10%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강유리에게 양도한 주식은 전체 분량으로 볼 때에 총 1%에 달하는 주식이었다.
“가만히 있어 봐요. 유민 회장 소유 주식이 29%지요?”
강준호는 포터블 계산기를 꺼내어 열심히 숫자를 대입하기 시작했다. 유민 회장은 주식 29%를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였다. 유민 회장의 계산대로라면 본인이 29%, 마누라가 10%, 아들이 10%, 도합 49%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으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유민제련그룹은 본인 소유였다. 과반의 의결이 필요할 경우도 많았지만 까짓, 49%를 소유하고 있는 회장 일가에 충성하는 자들의 주식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이혼해서 주식의 반을 빼앗아 오면… 29 나누기 2는 14.5퍼센트가 됩니다. 거기에 원래 신 여사의 주식 10퍼센트, 그리고 호성이 주식 10%를 더하면 34.5퍼센트가 되었어야 할 것을… 강유리에게 1퍼센트 빼주었으니 33.5퍼센트가 되지요.”
“그렇게 되네요. 33.5퍼센트… 하지만 호성이가 제 아버지 편을 들게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는 거예요. 우리가 23.5퍼센트, 남편은 24.5퍼센트… 우리가 1퍼센트 부족하단 말예요. 하물며 강유리 선수마저 남편에게 돌아서면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되지요. 결정적일 땐 1퍼센트가 100퍼센트의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니까요.”
신희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계산해도 이쪽이 우세할 만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십니까? 일단… 강유리 선수의 주식 1퍼센트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보장합니다. 문제는 호성이를 잘 꼬드겨야 하는 것인데…”
“강유리 선수가 요즘 하는 꼴을 보면 그 1퍼센트도 보장 못해요.”
“그건 걱정 붙들어 매시라고요. 자신 있습니다.”
하긴 강준호로선 자신만만했다. 강유리 소유의 1퍼센트는… 부녀간의 정으로 꼼짝 못하게 동여 매 놓을 수 있었고, 유호성 소유의 주식 10퍼센트는 강유리를 통해 확보하리라는 계산이 이미 서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야 뻔하지. 유호성의 눈치를 보면 모르나? 유호성은 이미 강유리에게 반했다는 걸 모르냔 말이다.
“호성이 주식 10퍼센트를 우리 쪽으로 돌릴 자신이 있단 말씀이세요?”
“물론이지요. 사랑 앞에서는 눈 먼 봉사가 되는 법이니까요.”
“사랑? 우리 호성이가 강유리 선수와 연애라도 하나요?”
“아니면 그렇게 만들어야죠.”
“하긴… 그런 방법도 있었네요. 우선 둘을 하나로 묶어놓고… 강 프로님께서 강유리 선수만 꽉 잡으면 되는군요. 제발 그렇게 만들어주세요. 강 프로님.”
신희영은 애절한 투로 말했다. 이제 그녀가 기댈 구석이라곤 강준호 밖엔 없었다. 강준호가 누구냐? 이왕에 마음 주고, 정도 주고… 몸도 준 상대 아니었더냐.
“신 여사, 당신은 나만 믿어요. 내가 알아서 요리할 테니까.”
강준호는 만세 부르듯 두 팔을 펴고 기지개를 켰다. 여태껏 잔뜩 위축되어 있었는지 어깨관절에서 뼈마디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내 세상이 펼쳐지려 하는 군… 그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내친 김에 늘어지게 하품마저 쏟아내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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