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 싱글족 5人‘ 솔직담백 수다배틀’
▶18세 대학생 곽민창 공부·운동 등 자기계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대인관계도 큰 제약이 없어 좋아요. 단점이라면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외로움 정도?
▶27세 직장인 김인영 전 “눈이 높아서 남자 안 사귀냐” 심지어는 “레즈비언이냐”라는 소리까지 들은 적이 있는데요, 뭘.
▶34세 공무원 이정권 귀가 시간이라든지 제약이 없어서 기혼자들보다 일을 더 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아무래도 삶의 보람도 업무에서 많이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41세 연극배우 배은하 진정성이 없는 육체적 관계, 마음 없이 몸만 만나는건 거부감이 있어요. 사실 가끔은 스트레스를 받죠. 그럴 때마다 쇼핑도 하고 여행도 가면서 풀어요.
▶61세 교사 정인숙 남편과 사별하고 아이들은독립하고…. 혼자 산 지 10년째 재혼 생각은 없고, 이 나이에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게 두렵기도 하죠. 물론 제가 능력이 있기 때문이에요.
‘싱글(Single)’. 그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즉 싱글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즐기고 살 뿐. 그러나 누군가가 그들에게 명명을 한다. 어떤 이는 ‘싱글’이라고, 또 어떤 이는 ‘솔로’라고. 정의를 보면 이렇다. 부모나 배우자, 자식과 떨어져 홀로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러나 이들 싱글은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4가구당 1가구가 1인 가구, 싱글 아니면 솔로 혹은 나홀로 가구다. 이 나홀로 가구는 2인 가구를 제치고 한국의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의 모양새가 됐다.
자유롭거나 혹은 외롭거나… 이제는 주류가 된 이들 싱글족(族)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과연 영화처럼 화려한 싱글인지, 혹은 궁핍하고 힘겨운 삶인지, 연령대별 싱글 라이프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할 경우 자칫 속내를 털어놓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똑같은 질문을 세대별 5인의 싱글족들에게 물어봤다.
대학생인 곽민창(가명·18) 씨, 무역회사 3년차 직장인 김인영(가명·27·여) 씨, 공무원 이정권(가명·34) 씨, 연극배우 겸 영어강사인 배은하(가명·41·여) 씨, 초등학교 교사인 정인숙(가명·61·여) 씨다.
그들의 솔직담백한 얘기를 들어보자.
▶크리스마스는 잘 보내셨어요? 혹시 싱글이라 각종 이벤트 데이(Day)가 짜증스럽다거나 외롭지는 않으세요? 곽민창(이하 곽)=글쎄요. 이벤트 데이가 아니라도 커플들은 늘 주위에 있잖아요. 평상시랑 다를 바 없는데요.
김인영(이하 김)=전 원래 사람 많은 게 싫고, 오히려 번잡한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정권(이하 이)=그냥 무덤덤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조차 안 들죠.
배은하(이하 배)=저도 그런 것에 스트레스 받는 성격은 아니에요. 혼자 있는 것에 대한 공포는 없죠. 다만 이벤트 데이에는 더 재미있는 일을 찾는 편인데, 예를 들어 여행을 간다든지 친구들과 파티를 열곤 하죠.
정인숙(이하 정)=전혀 짜증나지 않아요. 친구들을 만나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곤 하죠. 요즘엔 나이 든 여자들도 나름대로 문화생활을 즐기는 편이니까요.
▶혼자 사는 생활의 장점이라면? 또 단점은 뭘까요? 이=공부나 운동 등 자기계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대인관계도 큰 제약이 없어서 좋아요. 단점이라면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외로움? 때로는 일을 하면서도 목적에 대한 회의를 느끼곤 하죠.
정=무엇보다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간섭을 받지 않아서 좋아요. 다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있죠. 그럴 때는 누군가와 대화라도 하면 도움이 될 때가 있잖아요.
배=맞아요. 때로 진정한 내 편이나 울타리가 없다는 느낌이 들 때, 좀 서럽단 느낌이….
김=저 같은 경우엔 연애를 할 땐 남자친구와 약속, 기념일 등에 얽매여서 마음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할 때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싱글이 되니까 휴일은 온전히 내 것이라는 게 좋아요. 하지만 아무래도 혼자 있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있죠. 혼자서 여행을 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여자 혼자 돌아다니는 걸 이상하게 보는 시선들이 있죠.
▶싱글이라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뭐죠? 또 나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오해 받는 부분이 있다면? 정=“밥 먹었냐?” “쉬는 날 혼자 뭐했어?” 정도. 특히 여행을 다녀오면 “누구하고 다녀왔냐?”라는 질문이 곤혹스럽죠. “혹시 혼자 간 건 아니겠지?” 하는 시선…. 물론 나이 든 여성이 혼자 여행을 다니면 걱정되는 부분도 있어서 그렇겠지만.
곽=저 같은 경우엔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여자친구 없냐”예요. 전 사실 연애를 하고 싶은데 못하는 부분도 있어서 불편해요.
김= 전 “눈이 높아서 남자 안 사귀냐?”, 심지어는 “레즈비언이냐”라는 소리까지 들은 적이 있는데요, 뭘.
배=나이가 마흔이 넘은 터라 “왜 결혼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듣죠. 일부 동료들은 “저 나이까지 결혼을 안 했으니 성격에 문제가 있나 보다”라고 오해해서 속상할 때도 있었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노처녀 히스테리로 보일까’봐 외려 신경 쓰인다니까요.
▶싱글 라이프가 사회나 직장 생활엔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세요? 김=아직 학생이라 잘 모르지만 싱글 라이프가 꼭 직장 생활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싱글 상태가 오래 지속돼서 좋을 일까진 없을 것 같은데요?
김=전 싱글이라 불편한 점이 좀 있죠. 남자친구 없다고 일도 더 시키는 것 같고. 가령 야근을 할 때면 연애를 하거나 결혼한 팀원들은 눈치를 살피고 살짝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전 특별한 사정도 없고, 팀장도 “넌 할 일도 없으니 야근해서 돈이라도 버는 게 낫지 않냐”는 식으로 말할 때도 있죠. 농담이라도 기분 나빠요.
이=맞아요. 귀가 시간이라든지 제약이 없어서 기혼자들보다 일을 더 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아무래도 싱글들은 삶의 보람도 업무에서 많이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배=물론 저야 결혼은 안 해봤지만 가정과 일을 병행하면 아무래도 힘들 수밖에 없겠죠.
정=나이 든 싱글들은 대개 직장 생활에서 더 열심히 일해요. 홀아비니 노처녀니 싱글이라서 받을 수 있는 오해들을 없애려면 일로 인정을 받아야죠. 그러다 보면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고 당당하고 멋지게 보이기도 하죠.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영화 속 대사 많이 들으시죠? 실제 식사는 규칙적인 편인가요? 운동이라든지 건강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곽=건강관리를 위해서 복싱 동아리에 참여하고 있어요. 싱글이라고 해서 생활까지 불규칙할 거란 생각은 편견인 듯.
김=평일엔 야근이 많고, 휴일엔 쉬고 싶은 마음뿐이라 특별히 건강관리를 할 여력이 없네요. 집에서는 거의 밥도 못 해먹어요. 주로 밖에서 먹고, 주말엔 겨우 배달 음식이나 마트 음식들을 사먹는 편이죠.
배=저도 거의 못 챙겨요. 음식도 불규칙하게 먹고. 하지만 밖에서 혼자 식사를 한다고 해도 누구를 의식하진 않아요. 그런데 꼭 싱글이라서 못 챙긴다기보다 일이 바빠서 그렇다는 거죠.
이=전 오히려 운동은 규칙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건강은 기혼자들보다 잘 챙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요리가 취미라 식사도 규칙적인 편이죠. 혼자 밥 먹는 거 싫진 않지만 보통 식당들이 혼자 밥 먹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아쉽죠.
▶현재의 싱글 라이프에는 만족하시나요? 계속 이 생활을 하고 싶으세요? 곽=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해 혼자 살게 된 지 1년이 됐어요. 솔직히 연애 경험이 별로 없지만 누군가와 함께 지낸다면 지금보단 나을 거라고 생각은 해봤어요.
김=혼자 지내서 특별히 외롭다거나 슬프다는 생각은 없어요. 싱글 생활을 한 지 3년이 됐는데, 딱히 만족한다기보다는 불만족스럽진 않은 상태네요.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런데 꼭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사실 일도 힘들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마음대로 생활하는 게 좋아요.
이=전 스스로 혼자 살기로 결정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나이가 들면서 이성을 만날 기회도 줄어들고, 친밀함을 더해갈 시간도 부족해지는 것 같아요.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들이 굳어져서 갈수록 가족을 꾸리기가 어렵단 생각도 드네요. 솔직히 혼자보다는 연애 시절이 더 행복했어요.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죠.
배=전 독신주의자라, 꼭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일에서 성취감을 더 느끼고 싶고, 여행 계획도 많아서. 하지만 역시 솔로보다는 커플이 좋긴 해요. 결혼은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 살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해요.
정=남편과 사별하고 아이들은 독립하고…. 혼자 산 지 10년이 됐네요. 60이 넘은 나이에 재혼 생각은 없고, 이 나이에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게 두렵기도 하죠. 남자에 대한 환상도 없고, 필요성도 못 느끼고. 물론 제가 혼자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에요. 싱글 라이프에는 경제력이 필수적인데, 혼자 살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재혼을 하는 경우도 많죠.
▶미래를 위한 재테크에 얼마나 관심이 있나요? 당신의 재무설계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김=현재 버는 돈은 모두 부모님께 맡기고 있어요. 부모님께서 모든 돈을 관리하시고 용돈을 받는 식으로 살죠.
이=월급의 일정 수준은 항상 저축을 하고 있어요. 사보험이나 연금으로는 건강보험 하나 유지하는 정도. 전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재테크가 건강이고 가장 소모적인 재테크를 주택 구입이라고 생각해요. 주택 구입 자금에 오늘의 삶을 저당잡히지 않으니까 상대적으로 삶의 여유도 느끼고 있죠.
정=전 가족 생활을 책임지느라 특별히 재테크는 하지 못했고 건강보험이 전부네요. 교사라 연금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죠. 다만 1인 가구든 아니든 간에 자기 집 마련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필수라고 생각해요.
▶혼자만이 즐기는 취미생활, 혼자라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있나요? 한 달 지출 중 어떤 부분에 돈을 가장 많이 쓰시나요? 정=나이 들어 홀로 사는 사람들은 꼭 취미가 있어야 해요. 전 다행히 취미가 많은 편이죠. 독서와 글쓰기, 등산이나 여행, 영화와 음악도 좋아해요. 이런 부분들에 비교적 지출이 많은 편이죠.
김=전 여행요. 작년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가까운 곳에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책도 많이 읽는 편이고.
이=건강을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 사이클을 자주 하고요. 대부분 여가시간은 책을 읽거나 다큐를 보는 편이에요. 취미 삼아 요리도 자주 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식비가 가장 많이 드는 것 같아요.
▶혹시 반려동물을 키우십니까? 반려동물이 위안을 주거나 외로움을 달래준다고 생각하십니까? 배=강아지를 4년 정도 키웠어요. 동물이 있다는 것, 정서적으로 좋죠. 때로는 강아지가 주는 정이 사람에게 받는 정보다 좋아요. 친구 그 이상이죠.
김=저도 예전에 집에서 개를 키웠었는데…. 가끔 한 마리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혼자 살면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을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이=키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현실이 뒷받침 안 돼요. 아파트에 반려동물이 갇혀 산다는 게 오로지 주인의 행복을 위한 것 같아서요. 위안보다는 가책을 더 받을 것 같은데요?
정=저도 좀 부정적이에요. 아파트에 살고 있고, 키울 만한 시간도 없고, 반려동물에게서 위안을 얻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당신의 성생활은 어떤가요? 성적인 불만족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세요? 곽=아직 나이도 어리고 만족할 만한 성생활을 누리지는 못하고 있죠. 근데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데 굳이 해소까지 해야 하나요?
김=성생활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죠. 예전 남자친구와 어쩌다 한두 번 잠자리를 한 적은 있지만 파트너라고까진 할 수 없고, 그다지 스트레스는 받지 않아요. 가끔 나이트도 가지만, 한 번도 원나잇스탠드를 해본 적은 없어요. 잘 모르는 사람과 잠자리를 한다는 거, 불편하고 두려워요.
이=저도 연인이 아닌 성적 파트너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에요. 성적 욕망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섹스를 통해 얻게 되는 관계의 친밀도가 더 중요하죠. 또 자유분방한 성생활에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개인적으론 지속적이지 않은 관계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네요.
배=진정성이 없는 관계, 마음 없이 몸만 만나는 건 거부감이 있어요. 사실 때로는 스트레스를 받죠. 그런데 성생활 말고도 나를 즐겁게 하는 일들이 있잖아요? 쇼핑도 하고 여행도 가고 하면서 풀어요.
▶마지막으로 전국의 수많은 싱글, 1인 가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간섭받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즐기면 좋겠어요. 주변의 시선이나 외로움 때문에 의무적으로 사람을 만나기보다 당당하게 삶을 즐기며 살아가는 게 좋죠. 그러다 자연스럽게 마음 가는 사람과 예쁘게 사랑하면 되는 거니까. 지금 옆에 누군가 없다고 슬퍼하지 말고, 억지로 인연을 만들어가려고 하지 마시길.
이=결혼이라는 목표에 이를 수 없다 해도 시작한 인연은 인내를 갖고 가꿔가는 것이 스스로를 더욱 사랑하고 성숙시키는 길인 것 같아요. 주변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말고, 혼자 살아도 밥 잘 챙겨먹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하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배=“싱글 라이프를 즐기자!” 제가 주변사람들한테 자주 하는 말인데, “혼자 지낼 때는 커플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다 즐겨라, 결혼 후에는 싱글이 부러워하는 것을 다 누려라”라고 말하고 싶네요.
정=우선 싱글로 살려면 그만한 각오도 있어야 해요. 경제력이라든지 능력도 있어야 하고. “싱글로 살 능력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면 꼭 결혼을 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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