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자유여행·호텔수요 5년간 2~3배 증가 제주올레축제서도 커플·가족 단위보다 많아

레저트렌드 가족형 ‘웰빙’서 나홀로 ‘힐링’으로 템플스테이·기차여행 등 예약률 급증 여행업계, 나홀로족 위한 상품 앞다퉈 출시

“금요일 오후나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해요. 저가 항공 타고 와서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니 돈도 별로 안 들고…. 친구나 가족이랑 온 적은 거의 없어요. 한라산에 오르거나 올레길을 걸을 땐 혼자가 더 편해요. 관광이 아니라 일종의 명상의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아주 가끔 게스트하우스의 외국 여행객들과 어울리기도 해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정연화(30ㆍ여) 씨는 올해만 제주도에 14번째 방문했다. 주변에서는 “돈 많이 버냐” “여행 취향 독특하다” “그러다 ‘제주도민’ 되겠다”고 비아냥거리지만, 정 씨는 “제주도에 열번을 와도, 일주일짜리 유럽 단체여행 한 번 가격이 안된다”고 응수한다. 게다가 관광보다는 휴식의 의미가 크다. 때문에 훌쩍 뭍을 떠나는 데 부담이 없다. 배낭만큼 마음도 가볍다.

정 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론 ‘나홀로 여행’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취향과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에 특이할 것도 없다. 하지만 기존에는 경제적ㆍ시간적 여유로 인한 가족 위주 ‘웰빙(참살이)’이 레저활동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위안과 휴식을 위한 ‘힐링(치유)’이 레저시간을 보내는 주요 목적이라는 게 차이다. 그러다 보니 꽉 찬 관광 일정이나 신경 쓸 일행 없이 정 씨처럼 홀로 걷거나,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

여기에 상당수 젊은이들이 결혼 시기를 늦추면서 ‘나홀로 여행족’은 더욱 급증하고 있다. ‘싱글 라이프’의 가장 큰 장점이 마음껏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것이고, 여행은 혼자 시간을 보내는 가장 능동적인 활동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나홀로 여행의 트렌드로 가장 먼저 자리잡은 게 바로 ‘걷기’다. 집앞 공원에서도 할 수 있었던 가벼운 레저활동이 제주도 올레길, 북한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소백산 자락길 등 전국 곳곳으로 퍼졌다. 특히 제주 올레길은 일본 규슈에 그 이름과 시스템이 수출되면서, 해외까지 한국 식 ‘걷기 열풍’을 퍼뜨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제주 홀릭’ 정연화 씨도 제주도에 올 때마다 올레길을 걷는다. 제주 올레는 애초 ‘싱글 여성’들의 길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제주의 하늘, 바다, 바람, 숲, 돌담 등 정겨운 풍광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걷는다. 체력소모도 적고, 눈은 비경에 호강한다. 바람막이 점퍼와 가벼운 워킹화, 일명 ‘올레 패션’도 유행시켰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 성장에 올레길도 한몫한 셈이다.

정 씨는 “주로 혼자 걷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처음 만난 이들과 함께 걸을 때도 있다”며 “대부분 혼자 온 사람들인데, 여행정보 등을 교환하면서 친해진다”고 말했다. 혼자 여행하지만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은, 당당하고 즐거운 여정이다.

20~30대 제주 여행객들이 주로 머무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는 유럽의 유스호스텔처럼 다인실이 많아 여행자들이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저가 항공과 함께 2030세대를 제주도로 불러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주인 중에는 뭍에서 내려온 ‘제주홀릭’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10월 제주올레축제에서도 커플, 가족 단위 참가자보다 게스트하우스의 ‘나홀로 여행족’들이 단연 돋보였다.

정도연 제주올레축제 감독은 “축제 때 다양한 의상을 입고 길을 걷는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 행사가 있었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여행객들끼리 팀을 이뤄 참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또 “최근 올레길 위에는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 싱글’도 부쩍 늘었다”며 “주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대학생ㆍ직장인들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여자가 많은 곳에 자연스럽게 몰려드는 남자들. ‘나홀로족’이 많은 올레길의 매력 중 하나다.

지난 25일 크리스마스에도 올레 5코스를 ‘놀멍쉬멍’ 걸었다는 정 감독은 “한 게스트하우스에 들러 차도 얻어마시고 주인장과 담소도 나눴다”며 “올레꾼들을 위해 문 밖에 귤을 내놓은 집들도 있고, 자연을 벗삼아 걸으면 혼자라도 외로울 틈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홀로 하는 여행은 혼자만의 시간이 넉넉해 심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고, 함께 온 일행이 없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친해지는 것도 되레 쉽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여행ㆍ레저 트렌드의 변화에 발맞춰, ‘나홀로 여행족’들을 위한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조일상 하나투어 홍보팀 대리는 “힐링을 목적으로 홀로 여행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템플스테이와 기차여행 중심으로 예약률이 높다”며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유럽여행의 경우도 단체로 이동ㆍ숙박하는 상품보다는 항공과 호텔만 예약하는 개별상품이 훨씬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나홀로 여행족’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해외 자유여행ㆍ호텔 수요가 최근 5년간 2~3배가량 증가했다”며 “특히 호텔의 경우 지난 2008년 예약자 수가 2만8000명에서 2012년 8만명으로 대폭 늘었다”고 덧붙였다.

박동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