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2025년 신년사
“대외신인도 하락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만으로 경제 안정 어려워”
금리인하엔 “당장 고통 줄겠으나 미래위험 커져”
“잠재성장률 2%만으로 외환위기 등 비교 과장”
“통화·재정정책 진통제로만 쓰면 부작용 더 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을 두고 “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정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서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최 권한대행의 이번 결정으로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일 2025년 신년사를 통해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만으로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기 어렵다”며 “정치적 갈등 속에 국정공백이 지속될 경우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질 수 있어 국정 사령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도 이 같은 관점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는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앞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중 정계선 후보자와 조한창 후보자 2명을 임명했다.
이에 이 총재는 “여야가 국정 사령탑이 안정되도록 협력해야 할 때”라며 “한국은행도 풍랑 속에서 중심을 잡고 정부 정책에 조언하며 대외 신인도를 지켜내는 방파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특히 통화당국이 금리 인하에 있어 가계부채를 과도하게 인식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당장 고통을 줄이려다 미래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올해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가계부채 관리를 좀 미루고 경기 부양에 더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지난 18년간 가계부채는 부동산 대출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꾸준히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인하하면) 당장의 경기둔화 고통을 줄이고자 미래에 다가올 위험을 외면해 왔던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수 있다”며 “경기를 고려하여 비부동산 가계부채 및 비수도권 부동산 대출에 대한 미시적 조정을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까지 낮아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2040년대 후반에는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이제는 경기상황을 판단할 때 과거의 높았던 성장률에 대한 기억을 내려놓고 우리 경제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방위험이 커졌지만 현재의 잠재성장률 2%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26개국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인 1.8%(IMF가 2024년 10월 발표한 2025년 성장률 전망 기준)와 유사한 수준으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보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2%를 밑도는 성장률의 절대 수준만을 과거와 비교하면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제로만 사용한다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단기적인 부양과 함께 고통스럽더라도 구조조정 문제에 집중해서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다시 성장하기 위해선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한단 충고도 있었다. 이 총재는 “슘페터가 자본주의의 핵심동력으로 강조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는 창조만큼이나 파괴에 방점이 찍혀 있는 말”이라며 “혁신 기업의 탄생에는 혁신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의 퇴출이 수반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경제에 신성장 기업이나 산업이 부족한 것은 창조적 파괴 과정에 수반되는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기보다 안정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회피해 왔기 때문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경제 부문만큼이라도 혁신을 제한하거나 기득권을 보호해 창조적 파괴를 가로막는 규제들을 하루속히 걷어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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