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날선 ‘관세 폭풍’이 반전하는 형국이다. 4일(현지시간) 시행키로 예고한 멕시코·캐나다·중국 등 3개국 대상 관세 중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하기로 3일 전격 발표하면서다. 양국으로부터 국경 단속 강화와 마약유입 퇴치 조치를 약속받고서 이뤄진 결정이다.조만간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통화할 예정이어서 ‘관세 선전포고’ 대상 3개국이 모두 유예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발 글로벌 통상 전쟁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양상이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소개한 SNS 글을 통해 멕시코가 멕시코-미국 국경에 1만명의 군병력을 즉시 보내기로 했다면서 25% 전면 관세를 한 달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같은 날 오후 통화 결과를 공개하면서 마찬가지로 미국의 캐나다 관세 부과의 1개월 유예를 각각 발표했다. 대신 캐나다는 미국-캐나다 국경 강화에 13억 달러를 투입하고 인력 1만명을 배치키로 하는 한편 합성 마약류인 펜타닐 문제를 전담하는 ‘차르’를 임명하고, 마약 카르텔을 테러단체로 지정키로 했다.
결국 트럼프의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공세는 애초부터 관세 부과 자체가 본질적 목적은 아니었다는 일각의 분석에 힘을 싣는다. 관세라는 거대한 압박 수단을 활용해 미국의 중대한 사회 문제 해결에서 협조를 받으려는 구상이었고, 결국 그 목적을 달성했다는 잠정 판단 아래 관세 부과를 유예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멕시코는 미국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가장 많은 직접투자를 한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2년까지 총 2300억달러를 투자했다. 기껏 멕시코로 공장을 옮겨놨는데, 멕시코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건 자해와 다름없다. 트럼프는 자기 출혈이 수반되는 관세 카드를 쓰지도 않은 채 원하는 바를 얻어낸 것이다. 판을 크게 흔들어 상대국을 충격에 빠트린 뒤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특유의 ‘충격과 공포’ 전술이다.
물론 트럼프의 이번 한시적 관세유예를 전면적 회군으로 단정 짓기엔 여러 면에서 이르다. 관세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를 완화하는 한편 감세 기조 이행에 따를 세수 부족 문제를 보완하고, 제조업 기반을 미국으로 회귀시키겠다는 국정의 기본 구상이 바뀐 것으로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 전선이 넓어지면 미국의 8대 무역흑자국인 한국도 곧 타깃이 될 것이다. 관세를 무기로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 증액,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몰아붙일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에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