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올해 1분기만 美 주식 16조 넘게 순매수
올해 1~3월 순매수액, 월별 기준 역대 2·3·5위
최선호주 ‘테슬라’ 향한 사랑 식지 않아
엔비디아 등 AI·반도체주에도 순매수세 몰려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해 1분기 서학개미(미국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급등의 여파로 발생한 조정 장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 전쟁’의 충격으로 극대화한 ‘S(Stagflation·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 등으로 주가 하락세가 뚜렷했지만 서학개미의 투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서학개미, 올해 1분기만 美 주식 16조 넘게 순매수
3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의 올해 1분기 미 증시 순매수액은 109억2715만달러(약 16조782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는 미 증시에서 800억1953만달러(약 117조7407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수했고, 692억9238만달러(약 101조9568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했다.
올해 1분기 서학개미가 기록한 미 증시 순매수액은 한국예탁결제원이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큰 수치다. 그동안 분기 기준 미 증시 순매수액 최대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이던 지난 2021년 1분기 101억7747만달러(약 14조9751억원)였다.
올해 들어 월별 기준으로 봤을 때도 미 증시 순매수액은 석 달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지난 1월 한 달간 순매수액은 40억7840만달러(약 6조10억원)로 월간 기준으론 지난 2021년 1월(45억3227만달러, 약 6조6688억원)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3월 기록한 순매수액 38억7327만달러(약 5조6991억원)도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지난 2월 기록한 순매수액 29억7547만달러(약 4조3781억원)도 지난 2022년 2월(30억314만달러, 약 4조4188억원)에 이어 역대 5위에 해당한다.
사실상 올해 1분기에 월별 기준 미 증시 순매수액 역대 2·3·5위 기록이 몰렸을 정도로 서학개미의 투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올해 1분기 미 증시 성적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종가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4.90%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의 낙폭도 1.91%에 달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무려 10.15% 하락했다.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품목 관세가 벌써 현실화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상호 관세’ 부과 시점 4월 2일도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형 금융사들도 잇따라 올해 미 증시 전망치를 하향 조정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최근 S&P500 지수의 연말 목표주가를 종전 6600에서 5900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스는 관세 충격이 심화하는 확률 15%의 비관적 시나리오에선 S&P 500 지수가 4400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RBC는 목표가를 6600에서 6200으로, 야데니는 7000에서 6400으로 낮춰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S&P 500 목표가를 6500에서 6200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 침체 확률은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급락해도 서학개미 테슬라·엔비디아 사랑 식지 않아
뚜렷한 조정장에서도 국내 투자자의 투심이 미 증시로 몰린 것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미 증시 상장사의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 하에 ‘저가 매수’에 나선 결과로 읽힌다.
올해 1분기 서학개미의 순매수액 상위 10개 종목 목록을 살펴봐도 향후 주가 상승에 베팅한 이 같은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서학개미의 ‘원픽(최선호주)’은 단연 테슬라였다.
순매수액 1위 종목엔 23억4841만달러(약 3조4550억원)를 기록한 테슬라가 이름을 올렸고, 2위엔 테슬라 주가 흐름을 정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 상장지수펀드(ETF)가 16억9973만달러(약 2조5006억원)로 이름을 올렸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263.55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서만 30.5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중 기준 연중 최고가 439.74달러(1월 17일) 대비 연중 최저가 217.02달러(3월 11일)까지 하락률은 무려 50.65%에 달하기도 했다.
주가 급락세에도 불구하고 서학개미는 미 월가 전문가들이 그리는 ‘장밋빛 미래’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5년 내 테슬라 주가가 26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기업가치 90%가 로보택시(자율주행) 사업에서 나올 것이다. 최근 주가 급락이 저가 매수 기회”라고 해석했다. 캔터피츠제럴드도 로보택시·저가형 전기차 출시 등을 호재로 반영해 목표주가를 425弗로 상향했고, 뉴스트리트리서치와 파이퍼샌들러도 각각 목표주가를 465달러, 450달러로 유지했다.
일각에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연관된 정치적 논란이 잠잠해진 후 매수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 댄 아이브스가 소속된 웨드부시증권조차도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활동보다 테슬라 CEO의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주가 회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반도체주에 대한 베팅도 뚜렷한 상황이다. 미 대표 반도체 지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순매수액 4억6302만달러·약 6812억원), 팔란티어 테크놀로지(4억2741만달러·약 6288억원), 엔비디아(2억9146만달러·약 4288억원), 엔비디아 2배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스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2억5396만달러·약 3736억원)가 차례로 순매수액 3·4·5·7위에 자리 잡았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0.71% 급락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하락률도 13.96%에 달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부과 위협에 중국 내 반도체 사업 우려마저 더해지며 엔비디아 주가 하락세를 부추겼단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으로 꼽히는 미 빅테크(대형 기술주) 기업의 AI 칩 수요 둔화 조짐도 보인다는 게 악재로 작용했단 평가도 나온다.
다만, 미 월가에선 중장기적으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칩 관련주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는 데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특히, 엔비디아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AI 칩 선두 주자로 자리를 굳힐 가능성이 높단 평가도 나온다.
세스퀘하나는 “작년 1200억달러 규모였던 AI 칩 시장이 2030년까진 3600억 달러 규모로 커지면서 연평균 20% 이상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의 77%를 차지하며 절대 강자 자리를 고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벡 아리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관세 등 정책이 명확해질 경우 지정학적 우려가 곧장 반영됨으로써 엔비디아 주가가 급반등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 밖에도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대장주 이더리움 가격을 2배로 추종하는 ‘2X 이더(2X ETHER)’ ETF도 2억5176만달러(약 3703억원) 순매수세로 서학개미 순매수액 상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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