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모바일AP 비용만 4.7조원
AP 구매에 연 10조원 이상 사용
자체 모바일AP ‘엑시노스’ 절실
하반기 ‘플립7’ 탑재로 자존심 회복

삼성전자의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구매 비용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모바일AP인 ‘엑시노스’가 성능 부진과 수율 부족 등의 이유로 갤럭시S25 시리즈에 탑재되지 못하면서 퀄컴, 미디어텍 등 외부 업체 의존도가 더 커진 탓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10조원 이상을 모바일AP 구매에 쓰고 있다. 엑시노스를 탑재할 수만 있다면, 큰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 분야는 하반기 ‘엑시노스2600’의 성공적 양산에 주력하고 있다.
▶1분기 모바일AP 매입비, 전년동기비 37%↑=삼성전자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3월 삼성전자의 모바일AP 매입 비용은 4조78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4915억원) 대비 37%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DX(디바이스경험)부문의 전체 원재료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8.7%에서 22.5%로 늘었다.
매입 비용에는 삼성전자 부문별 내부거래는 포함되지 않는다. 퀄컴, 미디어텍 등 외부 업체에서 모바일AP를 사오는 비용만을 가리킨다. 즉, 삼성전자의 외부 모바일AP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2년 연속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모바일AP 구매 비용에 쓰고 있다. 모바일AP 매입 비용은 ▷2021년 6조2116억원 ▷2022년 9조3138억원 ▷2023년 11조7320억원 ▷2024년 10조9326억원 등 지난해를 제외하고 최근 몇년 간 지속 증가하고 있다.
모바일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모바일AP에 따라 스마트폰의 성능이 좌우되고, 그 가격에 따라 MX(모바일경험)사업부의 수익성도 천차만별이다.
문제는 올해 모바일AP 매입 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모바일AP 가격은 지난해 연평균 가격 대비 19%나 올랐다. 퀄컴이 가격을 올리면, 삼성전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모바일AP 공급망에서 퀄컴을 대체할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올 초 출시된 갤럭시S25 시리즈에는 퀄컴의 모바일AP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전량 탑재됐다. 갤럭시S 시리즈 전 모델에 퀄컴 AP가 탑재된 건 갤럭시S23 이후 2년 만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최고경영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삼성의 자체 반도체 칩과 경쟁했고 점유율을 끌어올렸다”며 “과거에는 (삼성 AP 공급망에서) 점유율이 50%였지만 지금은 약 75% 수준에 달한다”고 말했다. 결국 스마트폰이 잘 팔릴수록 경쟁사인 퀄컴 이익률만 높여주는 다소 답답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1분기 삼성전자 MX사업부는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갤럭시S25 시리즈의 판매 호조로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6100만대를 기록했다. 1분기 모바일AP 매입 비용이 늘어난 것에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증가한 영향도 일부 있다.
▶엑시노스, 성능·발열 문제 완벽해소 과제=삼성전자 MX사업부로서는 당연히 엑시노스를 쓰는게 비용 측면에서 이득이다. 엑시노스를 설계하는 시스템LSI사업부나 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사업부도 매출을 늘릴 수 있어 ‘윈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메리트를 포기할 정도로 아직까지 엑시노스의 성능이 정상 괘도에 올라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퀄컴 AP가 전량 탑재된 갤럭시S25 시리즈도 당초에는 ‘엑시노스2500’을 탑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파운드리 사업부의 3나노 공정 수율 문제와 성능 부진 이슈를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퀄컴이 승리했고, 엑시노스2500은 ‘한집 식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하며 쓴맛을 보게 됐다.
엑시노스2500은 하반기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7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Z플립 7’에 탑재될 예정이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사업부로서는 자존심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모바일AP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가운데, 전사 차원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도 엑시노스 부활이 시급하다.
내년 갤럭시S26 시리즈 탑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엑시노스2600’에도 관심이 쏠린다. 엑시노스2600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첫 2나노 공정 제품이 될 전망이다. 3나노 공정에서 불거졌던 성능 저하 및 발열 이슈를 완벽히 해소하고 시장의 의구심을 걷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평가다.
엑시노스 시리즈의 성공 여부는 하반기 및 내년 초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1분기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메모리사업부가 3조원 초반대의 실적을 냈으나,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의 적자가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는 분기 보고서에서 “상반기에는 3나노, 하반기에는 2나노 모바일향 제품을 양산해 신규 출하할 예정”이라며 안정적인 4나노 공정 수율을 기반으로 모바일·HPC(고성능컴퓨팅) 등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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