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 30대 직장여성 김모씨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의 서비스 ‘나를 아는 맞춤 채널’을 듣는 재미에 푹 빠졌다. 에드 시런을 즐겨듣는 김모씨에겐 데미안 라이스의 노래가 추천되고, 선호하는 아티스트로 브로콜리 너마저를 정해놓자 가을방학과 에피톤 프로젝트가 함께 부른 ‘아이보리’가 추천된다. ‘좋아요’를 누른 아티스트에 다프트 펑크가 올라있는 덕에 케미컬 브라더스의 노래도 추천곡으로 나온다. 김모씨의 취향에 맞춘 ‘유사 아티스트’, 혹은 OOO 스타일의 아티스트라는 설명이 따라온다. 김모씨는 “평소 좋아하는 뮤지션과 음악들을 분석해 비슷한 성향의 아티스트를 추천해주는데 기존에 알지 못했던 음악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추천해준 아티스트와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알려주는 정보도 흥미로워 즐겨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도 개인화 큐레이션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난 몇 해 사이 콘텐츠 업계의 개인화 큐레이션은 새로운 소비 패턴을 만들어내는 시장으로 부상했다. 과거엔 소비자가 직접 찾아갔다면 이젠 생산자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이 시장은 문화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지표가 됐다.
‘왓챠플레이’나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스마트무비 서비스’, KT 올레TV의 ‘감성 큐레이션’ 등 각종 동영상 선별 큐레이션은 물론 다양한 음원사이트(멜론, 지니, 벅스, 애플뮤직 등)의 음악 추천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취향은 실시간 분석대상이 되고 있다.
개인화 큐레이션의 원조격인 ‘넷플릭스’는 가입자의 약 75%가 추천 메뉴대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넷플릭스의 핵심 경쟁력인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큐레이션’을 화두로 불러온 대표작이다.
한국을 비롯해 190여개국에서 81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 사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선정하면 취향을 분석해 추천 영상을 제공한다. 성별, 나이, 지역, 영화별 태그, 시청 이력, 시청 중단 이력 등을 조합한 분석이다. 만족도는 무려 80%에 달한다. 넷플릭스 측은 “콘텐츠 추천을 통해 가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빠르고 간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며 “콘텐츠 추천은 넷플릭스 알고리즘의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음원사이트들의 큐레이션 전략도 각양각색이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은 ‘나를 아는 맞춤 채널’을 통해 가입자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추천하고, 공연, 아티스트 최신 정보와 연결해 확장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화 큐레이션 방식으로 접근한 멜론 티켓은 론칭 이후 성과가 좋다. 멜론 관계자는 “멜론과 연계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어반자카파, 옥상달빛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공연 티켓이 조기 완판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벅스에서도 2014년 8월 본격적으로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선호하는 아티스트에 ‘좋아요’를 누르면 신규앨범부터 관련 콘텐츠 소식, 유사 아티스트, 유사 음악을 줄줄이 추천하며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깔끔하게 제공한다. 지난해 8월까지 모바일 어플 기준 약 4000만 건에 불과했던 이용횟수는 2015년 8월 현재 2억 5000만건으로 치솟았다. 약 6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대중문화에도 큐레이션이 도입된 것은 1인 1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스마트폰은 개개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기기로 자리잡으며 새로운 소비형태를 촉진하고 있다”라며 “모바일에 기반한 콘텐츠 서비스들이 개인의 취향에 맞게 정보를 제공하며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개인의 공간’에선 나와 무관한 정보는 무가치한 것이라는 인식은 개인화 추천 서비스가 호황을 맞은 이유다.
멜론 관계자 역시 “모바일 디바이스의 보급으로 콘텐츠 소비의 개인화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용자별 취향을 존중하고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 큐레이션 서비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정보를 찾는 데에 무리가 없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의 업계는 바야흐로 ‘콘텐츠 홍수 시대’에 접어들었다. 소비자들은 두 가지 난관에 부딪혔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선별하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어떤 정보를 선택해야 하는지 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큐레이션 서비스의 장점은 이 두 가지를 보완한다는 데에 있다. 이택광 교수는 “큐레이션 서비스의 장점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측면”이라며 “정보를 필요로 할 때 개인의 소비패턴과 생활패턴을 고려해 서비스를 추천한다는 편리함이 바쁜 현대인들에게 만족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정보 선별에도 길잡이가 돼준다. 개인이 원하는 정보, 아예 새로운 정보를 찾아가기 어려울 때 큐레이션 서비스는 각자의 취향을 파악해 정보를 제공하니 애써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멜론 관계자는 “콘텐츠의 정보와 양이 급증하는 때에 새로운 콘텐츠를 발견하고 감상의 폭을 확장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음원서비스 시장의 큐레이션 시스템이 10~2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흔히 말하는 결정장애 세대, 무엇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세대일수록 큐레이션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때문에 “선택과 결정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각자의 취향에 맞춰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큐레이션 서비스도 양면성을 안고 있다.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각 개인이 이용패턴을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평소 즐겨듣는 음악, 즐겨보는 영화에 기반해 콘텐츠를 추천한다. 아이돌그룹의 음악을 즐겨듣는 사용자라면 아이돌그룹의 음악이 많이 추천될 수밖에 없다.
정덕현 평론가는 “나를 대신해 선택하고 추천해주는 서비스의 방식은 문화의 획일화 조장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며 “특정 취향의 콘텐츠라 해도 그 가운데 눈에 띄는 도드라진 것만 보내주는 시스템이기에 도리어 다양성은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이택광 교수 역시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어린 세대의 소비자일수록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여 획일화 가능성이 큰 서비스”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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