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단 경기장에 K팝 팬클럽 앞다투어 커버댄스 뽐내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는 K팝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 교민의 응원은 물론이고 브라질 등 외국인 한류팬들이 K팝에 맞춘 댄스로도 뜨거운 응원 열기를 내뿜고 있다.
U-23 축구 국가대표팀과 스웨덴과의 평가전이 열렸던 상파울루 도심 파카엠부(Pacaembu) 경기장에는 브라질 청소년들로 구성된 케이팝 커버댄스팀의 공연이 펼쳐졌다. 경기 시작 전 3팀, 전반전 후 휴식 시간에 2팀 등 모두 5팀이 출연해 싸이의 젠틀맨, 아이콘의 리듬타, 소녀시대의 오(Oh) 등의 케이팝 댄스를 선보였다. 이들은 스칸달, Y20, 비너스, 브레이크다운 등 상파울루에서 활동하는 케이팝 커버댄스팀들로, 평소에 갈고 닦은 춤솜씨를 한국 관중들 앞에서 과시하였다.
한국선수단과 관계자들이 브라질에 도착한 후 놀라는 것은 무려 3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의 케이팝 등 한류 팬들이다. 브라질 한류 팬들은 케이팝의 원조국인 한국팀에 대해 자발적인 응원에 나서 주목되고 있다. 멍석만 깔아주면 한바탕 신명나는 춤판을 벌이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의 근간은 다양한 한류 커뮤니티들이다. 브라질에는 지난해 이미 한류사랑을 표방한 ‘비바 코레이아(Viva Coreia)’가 출범한 바 있다. ‘비바 코레이아’에는 한류 팬클럽 회원 외에 상파울루대학(USP) 한국어학과 대학생, 한국문화강좌 수강생 등이 참여했다. 또한 현재 브라질에서는 사랑인가요(Sarangingayo), 케이팝스테이션(KPOP Station), 브라질코리아(Brazil Korea), KO엔터테인먼트(KO Entertainment), 케이팝삼바스타일(K-Pop Samba Style) 등의 커뮤니티가 활동중이다.
이중 케이팝스테이션(대표 엄인경)은 지난달 9일 ‘한류올림픽(Olimpic Hallyu)’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행사는 주최측이 브라질 케이팝 팬들을 대상으로 팬클럽 인기투표를 실시해 TOP10을 먼저 선정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TOP10은 샤이니, BTS방탄소년, 슈퍼주니어, 빅뱅, 엑소, 소녀시대, BAP 등이다. 이날 10개의 팬클럽이 참가해 가요에서부터 드라마 주제곡에 이르기까지 한글로 출제된 다양한 문제로 퀴즈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B.A.P(B.A.P Brasil)가 우승을 차지하고, BTS방탄소년(BTS Brasil), 샤이니(Team Shinee BR)가 그 뒤를 이었다고 한다. 이 행사는 교민사회와 한류팬들이 서로 소통했다는 의의가 있다.
여세를 몰아 상파울루에 있는 브라질 한국문화원(원장 이세영)에서는 지난 21일 케이팝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상파울루 중심가에 있는 가제타 극장에서 열린 이 날 대회에는 노래와 댄스 등 2개 부문에서 1차 예선을 통과한 17개 팀이 참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열린 이 대회에서 한류 팬과 일반 시민 등 700여 명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이날 여성 10인조 비너스가 엑소의 마마 커버댄스를 선보여 대상을 탔는데, 이들은 이후 진행되는 일정을 통과하면 오는 9월 한국 창원시에서 열리는 ‘케이팝 월드페스티벌’에 브라질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 이처럼 케이팝이 활성적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카를로스 고리토는 브라질 청소년들이 케이팝 등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이유로 남들과 다르고 싶어하는 청소년기 특유의 심리, 한국 연예인들의 순수한 이미지, 그리고 케이팝의 높은 퀄리티 즉 음악적 완성도 등을 들었다.
MBC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을 역임하고, ‘브라질 케이팝 팬덤에 대한 현장연구’로 올해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문화방송 정길화 PD에 따르면 “브라질의 문화는 여러 문화가 뒤섞인 혼종성 문화로서 슈하스카리아(churrascaria) 식당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브라질식 숯불쇠고기 요리인 슈하스쿠를 하는 이 식당에 가면 주요리뿐 아니라 파스타도 있고, 스시도 있고, 아랍 음식도 있다는 것. 여러 다른 종류의 문화가 공존하는 브라질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정 PD는 주상파울루 특파원 활동 이후 통산 5년여에 걸친 현지 관찰, 그리고 케이팝 팬 등 60 여명의 심층인터뷰로 논문을 진행하였다. 그에 따르면 브라질의 케이팝 팬덤은 상파울루의 동양인 타운인 리베르다지(Liberdade)가 케이팝 전파의 거점 역할을 했다고 한다. 즉 이민 100년이 넘은 일본 커뮤니티의 문화가 결과적으로 브라질 청소년들에게 케이팝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케이팝이 지닌 비주얼, 비트, 댄스 등 새로운 음악 장르로서의 강한 소구력이 그들에게 어필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여기에 ‘해방’과 ‘전복’의 의미를 갖고 있는 카니발 문화의 전통과 함께, 청소년기 하위문화로서의 특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요컨대 케이팝의 세계적인 약진에는 동시성과 공시성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베트남의 한류 현상을 연구한 김영찬 교수는 “한류는 각 국가별로 소비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한류의 효과를 총체적으로 논하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별로 현지의 미디어 환경과 수용자들에게 밀착된 현장연구가 요구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동구권에서의 한류의 수용과 확산에 주목했던 윤선희 교수는 “수용자들이 처한 문화적 사회적 환경과 의미 생산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의 한류 또한 그 맥락과 연원을 알고 나면 리우 올림픽 현장에서 왜 “비바 코레이아” 함성이 터져 나오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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