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청춘시대’

고승희=평범한 20대를 특별하게 매만진 대본과 연출 ★★★☆ 이세진=‘단짠단짠’의 법칙이 통한 예 ★★★☆ 이은지=공감 80%…진짜 내 친구의 친구 이야기 ★★★★

SBS ‘끝에서 두 번째 사랑’

고승희=‘리즈시절’을 지나온 40대 청춘들의 드라마 ★★★ 이세진=‘40대’라 발칙할 순 있지만…‘사랑’은 평범한데? ★★☆ 이은지=말 그대로 ‘드라마’…중년사랑 공감하긴 시기상조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누구나 ‘청춘’을 산다. 10대는 무모했고, 20대는 치열했으며, 30대는 불안정했다. 그 시절을 지나온 40대는 어른인 줄로만 알았다. 인생의 가장 찬란한 때를 사는 20대도, 여전히 살아야할 날이 많은 애매한 중년 40대도 아직은 모두가 청춘이다. 서로 다른 청춘을 사는 세대의 이야기가 안방을 찾고 있다.

▶ 20대의 이야기…‘청춘시대’=처음은 늘 서투르다. 관계를 맺는 것도, 관계를 지속하는 것도, 미래를 꿈 꾸는 것도, 현실을 사는 것도 처음이라 넘어지기 일쑤다. 20대는 그래서 싱그럽다.

스무살부터 스물여덟까지, 다섯 명의 여자가 있다. 외모, 성격, 취향, 연애스타일까지 정반대다. 생면부지의 20대들이 셰어하우스에 모여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JTBC 주말드라마 ‘청춘시대’는 20대의 여러 얼굴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드라마는 매회 주인공이 바뀌는 구성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밀착한다. 새학기 첫날이면 늘 주눅들었던 새내기 대학생 유은재(박혜수), 일 년을 만난 나쁜 남자에게서 헤어나지 못 하는 연애호구 정예은(한승연), ‘새학기 적응이 힘들다’는 “20대 다운” 고민은 꿈도 못 꾸는 N포세대 윤진명(한예리), “외모와 젊음 덕에” 용돈을 받으며 연애를 하는 강이나(류화영), 모태솔로 탈출에 한 맺힌 고민 해결사 송지원(박은빈)이 ’청춘시대‘를 이끄는 다섯 주인공이다.

드라마는 박은빈의 이야기처럼 “다섯 캐릭터에 공감가는 하나의 포인트”가 극대화돼 또래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주인공이 다수인 드라마는 집중이 어렵다는 편견을 깼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드라마를 특별하게 매만진 세심한 대본과 따뜻한 연출의 역량이 뛰어나다.

정예은의 에피소드는 대표적이다. 세상의 수많은 나쁜 남자를 한 번씩은 만나봤던 또래 시청자들이 가슴을 치며 봤던 장면들이다. 어차피 공평한 관계란 없는 법, 난데없이 등장한 연애호구가 ‘친구의 이야기’로 공감지수를 높였다.

정예은의 남자친구는 연애 갑질의 대명사다. 약속시간은 한 번도 제 때 맞춘 적이 없다. 늦을 거라는 남자친구의 문자에 예은은 일찍 와 기다리면서도 자신도 늦는 척 거짓말을 한다. 기념일엔 화장품 가게에서 나눠주는 향수 샘플을 선물로 내밀고, 여자친구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가 우선이다. 이미 잡은 여자보다는 잡지 못한 여자에게 끌린다. 예은은 그런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울까 노심초사다. 연애의 갑질은 어디서고 튀어나온다. 화가 난다고 여자친구를 차에서 끌어내려 내동댕이치는 것도 아무렇지 않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법칙은 정예은의 에피소드에서 어김없이 증명된다. 스물두살 연애하수에게 “그 사람이 나쁜 이유는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엉켜버린 관계는 잘라내야 풀린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연애호구 탈출. 무엇이든 가능한 나이이기에 이제 새로운 시작만이 기다린다.

드라마는 전혀 다른 다섯 명을 밀착하면서 몇 개의 사건과 비밀스런 장면들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미스터리를 가미했다. 자칫 평범함에 그칠 수 있는 누구나의 드라마가 독특한 옷을 입는 지점이다. 군데 군데 튀어나오는 기억의 단편들을 감각적으로 처리해 인물들의 극적인 사건을 보여준다. 보편적 공감대를 무기로 한 ’일상성‘에 기반한 드라마에선 흔치 않았던 표현방식이다. 12부작으로 기획, 8회까지 방영된 드라마는 이제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대본은 이미 마무리된 상태다. ▶ 40대의 이야기…‘끝에서 두 번째 사랑’=안정된 직장생활, 먹고 쓰는 것에 부족함이 없는 일상. 이만하면 ‘괜찮다’고 자위해도 ‘어른스러움’은 나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며 ‘새로움’을 꿈 꿔도 세상의 시선은 ‘나이듦’을 빗겨나지 않는다.

100세 시대, 이제 절반을 향해가는 나이 마흔여섯. 46년을 뜨겁게 살아온 중년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올림픽 개막과 함께 첫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이다.

연예계에선 ‘중년파탈’쯤으로 불리는 두 남녀배우가 타이틀롤을 맡았다. 배우 김희애와 지진희다. 드라마는 일본 후지TV에서 방영한 ‘최후로부터 두 번째 사랑’을 원작으로 했다. 직장에선 ‘해결사’로 불리는 다재다능한 드라마 CP(책임 프로듀서) 강민주(김희애)와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이자 책임감을 일등 덕목으로 삼는 5급 공무원 고상식(지진희)의 이야기다. 이들의 만남과 서로를 향한 끌림은 대단한 개연성을 부여하진 않는다. 드라마 프로듀서인 강민주가 촬영 협조를 요청한 곳이 고상식이 근무 중인 시청이었다. 협조를 하네 마네 ‘협상’이 오가는 악연에서 시작돼 이웃사촌으로 만나 얽히고 설키며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제 4회차, 아직 갈 길이 먼 드라마다.

캐릭터 성이 강한 일본드라마의 특징을 가져오면서도 중점을 둔 부분은 정서적 공감대다. ‘나는 괜찮은데, 세상의 시선은 괜찮지 않은’ 40대 중반이라는 나이 설정에서 오는 공감대다.

마흔여섯의 미혼여성 강민주는 소위 말하는 ‘워커홀릭’이다. 방송국에선 능력을 인정받는 드라마 PD로 책임프로듀서 자리까지 올랐다. “이 자리에 어떻게 왔는데” 돌아보니 보험료, 공과금, 부모님 생활비로 다달이 지출만 산더미다. 설상가상 일에만 매진하다 보니 건강을 돌볼 겨를도 없었다. 난데없이 쓰러져도 부를 데라곤 119뿐, 어김없이 들리는 소리는 혼자 사는 나이 든 여자의 서글픔만 건드린다. “저 아줌마, 아무도 없이 혼자 살았나봐.”

무사안일을 꿈꾸는 동갑의 중년남자는 가족이라면 끔찍하게 생각하는 원리원칙주의자다. ‘꼰대’ 소리를 하루가 멀다 하고 듣는 데다, 융통성이라고는 눈곱 만큼도 없다. 과거 사건으로 안은 트라우마 때문이다. 이제 4회차인 탓에 사건의 내막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어른’인 척 살아야 하기에 “이 나이에 무슨 연애냐’며 애초에 ‘가슴이 뛰는 일’은 바라지도 않는다.

이들의 40대는 뜨겁다. 캐릭터는 도드라지고 모두가 판타지라 여기는 장면도 튀어나온다. 이를테면 열 살 이상 어린 연하의 상대에게 구애를 받는다는 비일상적인 사건들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핵심은 ‘지극히 드라마적이라’ 평가받는 일부 설정보다는 그들의 보편적 고민에 있다. 차분히 흘러가는 내레이션에 나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하는 애매하게 성장한 어른들의 고민이 담긴다.

원작에선 남녀주인공 스스로가 바라는 진짜 어른으로 거듭나는 성장담이나, 마침내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은 나오지 않는다. 인생은 그저 흘러간다. 중년은 사랑이 와도 실연이 와도 오늘을 산다. 그게 이들의 나이다. 찬란했던 20대는 지났지만, 그 시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는 나이. 상처의 치유는 더디지만 여전히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 나이. 마지막이라 하기엔 너무 긴 인생이기에, 여지를 남긴다. 때문에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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