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생활 즐기며 세금 낼돈없다는 고액체납자 몇개월씩 추적 조사 지능화된 세금회피 기법과의 전쟁 드라마 내용 실제상황 다르지만 은닉재산 추적 등은 실제와 유사
#. 2013년 9월 아침 서울 고급 빌라촌, 지방세 37억원을 내지않고 13년 동안 버틴 최순영 전 신동아 그룹 회장 자택에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조사관 15명이 들이닥쳤다. 순순히 문을 열어줄리 없었다. 결국 사다리를 통해 2층 발코니로 올라가 경찰 입회하에 열쇠 수리공 두 명을 불러 철문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갔다. 17억원 상당의 자택은 과거 최 전 회장이 설립해 최 전 회장 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종교재단이 소유하고 있었다. 부인의 가방 속에선 1200만원 가량의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 부인은 “그 돈은 하나님 헌금으로 낼 돈인데 가져가면 벌 받는다”고 항의했다. 한 조사관은 “세금 내시면 하나님도 잘했다고 하실 것”이라고 받아쳤다. 징수팀은 이날 최 전 회장 자택을 2시간 동안 샅샅이 뒤져 시가 500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 현금, 귀금속, 기념주화 등 금품 1억3163만원어치를 압류했다.
‘사필귀정(事必歸正) 혹은 인과응보(因果應報).’ 슈퍼히어로가 부럽지 않았다. 한국에도 정의를 구현하는 영웅들이 나타나 한여름 ‘사이다’같은 활약을 펼쳤다. 근로소득세부터 2000원이나 오른 담뱃세까지, 단 한푼도 깍지 못하고 따박따박 월급통장에서 빠져나가야하는 서민들은 통쾌해 했다. 케이블채널 OCN 사상 최고 시청률(5.9%)를 돌파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린 금토드라마 ‘38사기동대’의 여운이 여전하다. 지난 12일 미공개 방송분, NG영상, 출연진의 코멘터리로 구성된 스페셜방송마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의 주요 설정은 서울시 38세금징수과를 그대로 옮겼다. 드라마 ‘38사기동대’가 나오기 전 3명의 작가는 3개월간 38세금징수과에 상주하며 생생한 모습을 담아냈다. 물론 ‘사기’라는 도구는 빼고 말이다.
38세금징수과 일선 현장에서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말한다. 드라마 속 ‘서원시 세무징수국’의 실제 모델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서 현장을 누비는 손철주 38세금조사관을 만났다. 손 조사관은 38세금징수과가 출범한 2001년부터 15년동안 세금조사관으로 근무한 베테랑이다.
“체납 세금을 안 낼려고 작정하고 재산을 은닉하는 사람들을 골라내기란 참 어려워요. 심증은 가는데 물증은 없고….” 이런 경우 38세금조사관들은 대개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끈기를 갖고 몇 개월 동안 추적 조사를 벌여 체납 세금을 받아낸다.
38세금징수과의 징수업무는 세금 낼 돈은 없다고 버티면서 호화생활을 즐기는 체납자의 실거주지를 찾아내는 데서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폭행을 당하는 일도 허다하다. 손 조사관은 “가택 수색 중 체납자 딸이 골프채로 공무원을 때리는 일도 있었다”며 “지난해 동작구청의 한 공무원은 체납자가 휘두른 망치에 맞아 갈비뼈 골절되기도 했다”고 말하며 한숨부터 쉰다.
손 조사관에 따르면 체납자의 실거주지를 찾는 과정은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고액 체납자의 딸이 충청북도 영동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제보를 접수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고액 체납자가 실제 거주하는 곳을 확인하기 위해 차로 미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양재 IC를 벗어나 신호 때문에 놓쳤다. 이때 손 조사관이 기지를 발휘했다.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났을 것으로 추측되는 딸을 찾기 위해 항공사에 조회를 요청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반드시 친정 아버지 집으로 향할 것으로 확신했다. 귀국 비행기에서 내린 딸을 기다려 몰래 뒤를 밟고 고액 체납자의 실제 거주지하는 고급빌라를 찾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날 체납한 3억원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의 과훈은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다. “사기를 쳐서라도 체납세금 반드시 받아낸다”는 드라마 내용과 다르지만 38세금징수과는 땀방울을 흘리며 ‘충분히 먹고 살만한’ 고액 체납자들과의 오늘도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손 조사관은 “고액 체납자와 머리싸움이 치열하다”며 “세금회피 기법이 지능화 되고 있는 만큼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서는 25개 지자체에서 받아내지 못한 악덕 체납자들을 상대하고 있는 만큼 징수가 쉽지 않다”며 “드라마를 통해 38세금징수과의 활약상을 알리고 체납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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