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국카스텐이 7회의 전국투어를 전석 매진과 함께 끝마쳤다. 아이돌이나 관록이 오래된 가수들이나 할 수 있다는 전국투어를 록 밴드가 해냈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장르로 분류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기염이다.

국민 밴드라 불리는 윤도현 밴드, 30년 명맥을 이어온 록밴드 부활, 여성 보컬 밴드의 최정상 자우림 등이 이를 해냈다. 록 밴드가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선배들의 대열에 국카스텐이 이름을 올렸다. 지금의 록 밴드 시장이 더욱 척박해졌기에 국카스텐의 이러한 행보는 더욱 이례적이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록밴드에 심폐소생, 대중적 성공 가능성 보여줘= 젊은이들의 전유물이자 질풍노도 시기의 반항의 상징이기도 했던 ‘락앤롤(Rock & Roll)’이 졌다. 공연 시장도 아이돌과 힙합으로 재편돼 록, 그리고 밴드가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졌다.

이 와중에도 국카스텐은 인디신 안에서 팬덤을 형성해 나갔다. 실력 있는 인디밴드에서 스타 밴드로 거듭난 건 방송을 통해서였다.

국카스텐이 지상파 방송에 혜성처럼 등장한 건 지난 2012년 KBS2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였다. ‘한잔의 추억’, ‘어서 말을 해’, ‘모나리자’ 등으로 고전 곡들을 그들만의 색깔로 편곡, 강렬한 무대를 보여줬다.

[사진=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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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올해 1월 MBC ‘복면가왕’에 복면을 쓰고 등장한 ‘우리동네 음악대장’은 전국민적인 관심사였다. ‘라젠카’, ‘걱정 말아요 그대’, ‘하여가’ 등을 부르며 가왕의 자리를 약 반년 간 내어주지 않았다.

성시권 음악평론가는 “이전부터 ‘거울’과 ‘붉은밭’ 등을 통해 자신들의 록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도 대중성을 잡으면서 히트곡을 만들어 냈다”며 “TV 경연프로그램에 꾸준히 출연해 기존 가요 히트곡의 ‘다시 부르기’를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시켰던 게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90년대 후반 크라잉넛의 ‘말달리자’로 시작돼 YB, 부활 등으로 이어지던 록밴드의 대중화 가능성을 국카스텐이 이었다”며 “그들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성을 잡아 전국 투어까지 가능케했다”고 설명했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밴드, 그들만의 철학 고수= 복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단연 독보적이었다. 모든 장르를 아우르며 천차만별 고음을 소화해 내는 음악대장에 모두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복면가왕’에서는 보컬 하현우의 목소리만 두드러졌다면, ‘나는 가수다’에서는 밴드 편곡이 더 주목받았다. 고전 곡에 록밴드의 색깔을 더했고 1위를 거머쥐며 ‘인디 밴드의 역습’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성시권 평론가는 “하현우는 세계적인 록 보컬리스트인 로버트플랜트나 이언길런에 뒤지지 않는 탁월한 가창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한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방송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지만 사실 국카스텐은 대중성과 거리가 먼, 실험적인 록 음악을 해오던 밴드였다. 이헌석 대중음악 평론가는 “국내밴드 중 음악적으로는 가장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라며 “그들 음악은 대중적이지 않지만, 음악적 완성도가 높고 자신들만의 철학과 스타일이 있다”고 말했다. 평론가들은 ‘저글링’, ‘깃털’ 등이 수록된 2집 앨범을 손에 꼽는다. “예컨대 2집 음반의 경우 녹음에만 1년 가까이 투자하는 열정을 쏟았지만, 음악 자체는 대중성 혹은 상업성과 거리가 먼 음악이었다”며 “그럼에도, 엄청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음반을 만들어 내 우리 록의 기반을 견실하게 한 공로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시권 평론가 역시 “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넓혔지만, 이들의 진정한 음악적 진가는 자작곡에서 드러난다”며 “특히 ‘거울’은 한국 록 음악사의 명곡으로 꼽아도 손색없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록 뮤직의 종주국인 서양의 밴드들과 차별화된 독창적 소리를 창조해냈다”며 “특히 기타리스트의 독특한 사운드메이킹은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콘서트에서 하현우는 전규호 기타리스트를 “앞으로 10년간은 누구도 절대 낼 수 없는 질감의 소리를 내는 기타리스트”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대표적 히트곡 ‘거울’에서 두드러지는 특유의 기타소리 또한 그의 작품이다.

이헌석 대중음악평론가는 “상업성이 떨어지는 실험적인 것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함으로써 록밴드의 힘을 보여주고 밴드 신에 희망을 줬다”며 “지금 당장 해외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지 주인공으로 서도 손색없는 거의 유일한 음악성 있는 밴드”라고 평했다.

[사진=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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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만 부각, 방송으로 대중성 얻은 건 한계= 변하지 않는 사실은 국카스텐은 방송으로 뜬 밴드라는 점이다. ‘나는 가수다’에서는 자신들만의 색깔로 편곡해 그들 음악을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차치하더라도, ‘복면가왕’은 조금 달랐다.

‘복면가왕’에서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는 밴드셋 없이 커버곡을 혼자 불렀다. 록밴드 보컬 특유의 샤우팅이나 고음처리가 없지 않았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자신이 해오던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적었다.

이헌석 평론가는 “‘나는 가수다’와 ‘복면가왕’이 결정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계기였다”며 “특히나 ‘복면가왕’은 대중성과 타협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공중파라는 매체가 성공의 필수요건이라는 한계 역시 함께 보여줬다”며 “방송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국카스텐은 없었고 앞으로도 방송의 힘을 빌려야만 그 인기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게 씁쓸한 한계”라고 설명했다.

밴드에서 보컬만 부각됐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꼽았다. 성시권 평론가는 “하현우는 국카스텐 음악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며 “그만큼 발군의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헌석 평론가는 “밴드지만 보컬만 가장 중요하게 부각됐다는 점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대중적인 노래를 커버해 방송으로 인기를 얻었기에 대중들이 국카스텐의 음악에 느끼는 온도차도 있었다. 실제 최근 열린 록페스티벌에서 ‘복면가왕’에서 불렀던 곡과 국카스텐 자작곡 무대 사이의 간극은 컸다. ‘복면가왕’의 노래에는 모두가 공감하며 환호했지만 자작곡을 낯설어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는 보컬 하현우도 인정하는 바였다. 지난 21일 ‘2016 국카스텐 전국투어 스콜(Squall) 서울 앵콜’ 콘서트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하현우는 “자작곡과 방송에서 불렀던 곡 사이에 온도 차는 우리도도 느끼는 것”이라며 “거기에 대해서 삐딱하게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 음악이 한국의 대중문화 안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관심과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사실 잘 알았다”며 “오히려 고마운 게 그 생뚱맞은 노래를 부를 때 조금은 낯설지 몰라도 그 온도나 관심이나 환호성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좋다”고 덧붙였다.

이어 “‘복면가왕’을 통해 사람들이 제 목소리에 익숙해진 것 같다”며 “전에는 마냥 시끄럽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제 목소리가 익숙해져서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국카스텐의 음악도 좋아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시권 음악평론가는 “방송으로 대중성을 잡았지만, 앞으로도 ‘거울’ 같은 명곡을 많이 만들어서 산울림, 시나위, 넬 같은 선배 밴드들에 뒤지지 않는 명반을 남기는 게 그들의 숙제”라며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