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협상 실무협의가 난항이다. 한국산 미국 수출품의 ‘상호관세 15%’와 한국의 ‘3500억 대미 투자 펀드 및 양국 간 조선협력(마스가)’을 큰 틀로 지난 7월말 한미 통상협상이 이뤄졌지만, 후속 세부 실무협의에서 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실무대표단은 워싱턴DC를 방문해 8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를 만나 한미 관세협상 및 정상회담 후 첫 협의를 진행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9일 양국간 협의 상황과 관련해 “문제가 많다” “교착상태에 있다”며 이대로라면 “마스가 프로젝트도 제대로 시작되기 어렵다”고 했다.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파견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미 이민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된 사태를 계기로 우리 정부의 대미 발언 및 협의 태도가 이전과 비교해 강경해진 양상이다.

김 실장이 ‘교착’이라고 평가한 쟁점은 ‘3500억달러 투자펀드’다. 우리 정부는 양국이 합의한 프로젝트에 기업 대출이나 보증 한도 지원을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자국이 투자 대상을 전적으로 결정하며, 한국은 현금으로 조달하라는 요구를 펴고 있다. 이미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대상을 미 정부가 정하도록 합의를 문서화했다. 미국은 한국에도 같은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는데, 김 실장은 “일본과 외환보유고도 차이가 있고 기축통화국도 아닌데, (투자)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 문제가 많다”며 “근본적으로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을 같이 고민하고 미국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해답을 달라 (요구하고 있고) 그 문제에 와서 교착 상태에 있다”고 했다. 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마스가 프로젝트’도 제대로 시작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실장의 발언은 우리가 가진 조선업에서의 기술·시행·인력의 우위에 바탕해 대미 투자 협상에서도 조금 더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협상이 양국 서로 아쉬운 점을 공략하며 강·온 전략으로 맞서는 본격적 ‘줄다리기’ 단계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김 실장은 “3500억달러는 우리 경제 전체에 너무나 큰 충격”이라며 “단기간 (일본과의) 자동차 산업 관세 차이를 줄이겠다고 서두를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국인 근로자 구금사태와 실무협의 전개 양상은 대미 통상협상에서 우리 정부와 국민, 기업에 더 긴 인내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부는 급하다고 덥석 합의해서도, 버티다가 실기해서도 안된다. 감정적 대응은 금물이다. 협상 상황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하다면 국민과 기업에 협력을 구해야 한다. 통합과 협치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