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통상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신호가 연이어 나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 장관은 15일(현지시간) CNBC방송 대담에서 “우리는 곧 한국과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무부 기자간담회에서도 “우린 현재 대화 중이며,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고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날 미 입국 공항에서 취재진에 “(양측이) 계속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고 했다. 16일까지 사흘에 걸쳐 우리 정부 경제·통상팀 수장들은 일제히 미국으로 향했고, 삼성·SK·현대·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미 투자유치 행사에 초청받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회동이 유력하다.

이는 한미 협상 최대 쟁점인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과 ‘한국의 투자금 지출시 외환시장 안전 장치’ 문제에 양측이 어느 정도의 의견 접근을 이루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투자 패키지’에 대해서 미국은 ‘전부 직접 투자’와 ‘투자처 결정 전권’을 주장하며 사실상 일본과 같은 ‘백지수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보증을 중심으로 하고 일부를 대출과 직접 투자로 하는 방식과 ‘상업적 합리성’ 차원에서의 투자처 선정 관여권 보장을 제안한 상황이다. 또 대미 투자를 위해 달러화를 대규모로 조달할 경우 외환시장 안전장치로 ‘통화 스와프’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구 부총리는 미국이 백지수표를 고수하는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가 설명했다”며 “베선트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이야기해서 이해는 하고 있다”고 했다. 외환시장 안전장치에 대해선 “미국이 많이 이해하고 있다”며 “아마 우리가 제안한 것에 대해 받아들일 것 같다”고도 했다.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 기자간담회에서 “재무부가 통화 스와프를 제공하지는 않으며, 그건 연방준비제도(Fed) 소관”이라면서도 “만약 내가 의장이라면 한국은 이미 싱가포르처럼 통화 스와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달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최종 협상 타결을 위해 양측이 속도를 내는 양상이지만, 이제부터 며칠간이 ‘최대 고비’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또 “3500억달러는 선불”이라는 주장을 반복했고, 베선트 장관은 한미 간 이견을 두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지만, 우리는 디테일을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15% 상호관세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로선 하루가 아까운 입장이지만 시간에 쫓긴 서툰 합의도, 낙관에 기댄 방심도 금물이다. 서명 그 순간까지 민관이 총력을 모아, 늦은 만큼 최선의 성과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