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시장, 식지 않는 투자 인기 비결은

현금 창출력·인허가 규제가 만든 ‘안전판’

‘매립·소각’ 넘어 ‘재활용’까지 전망 밝아

지난 1월 26일 서울 도봉구 재활용 선별장에 쓰레기들이 쌓여있는 모습. 서울시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에 대응해 이달부터 시민 1명당 연간 종량제봉투 1개 분량의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폐기물 다이어트 천만 시민 실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연합]
지난 1월 26일 서울 도봉구 재활용 선별장에 쓰레기들이 쌓여있는 모습. 서울시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에 대응해 이달부터 시민 1명당 연간 종량제봉투 1개 분량의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폐기물 다이어트 천만 시민 실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불황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는 산업이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도, 금리가 올라가도, 일상에서 폐기물은 끊임없이 나온다.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폐기물 인수·합병(M&A) 시장이 최근 다시 꿈틀대는 이유다.

대기업이 몸집을 키우던 ‘폐기물 1.0’의 시대는 저물고, 재무구조 개선을 고민하는 건설사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노리는 사모펀드(PEF)가 맞물린 ‘폐기물 2.0’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다. 거래의 주체가 바뀌자, 거래의 크기도 다시 커지고 있다.

이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딜이 연말연초 등장했다. 글로벌 PEF인 거캐피탈이 울산 소재 국내 최대 폐기물 처리업체 코엔텍을 약 7500억원에 인수한 거래다. 매도자는 IS동서–E&F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 홍콩계 부동산 전문 운용사가 국내 인프라 시장의 첫 투자처로 ‘폐기물’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 딜을 단순한 거래 이상으로 받아들였다.

코엔텍 폐기물 매립지 [코엔텍 홈페이지 캡처]
코엔텍 폐기물 매립지 [코엔텍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엔 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도 종합 폐기물처리업체 CEK(옛 KC환경서비스)와 싱가포르 인프라 전문 투자회사 에퀴스디벨롭먼트의 국내 폐기물 관련 사업을 약 4000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매립업체 제이엔텍을 사들였던 경험까지 감안하면, 단발성 투자가 아닌 ‘섹터 베팅’에 가깝다.

스웨덴계 EQT파트너스의 행보는 판을 더 크게 흔들었다. 2024년 국내 최대 재활용업체 KJ환경 등 17개 회사를 약 1조원에 인수한 데 이어, JS자원, 경인에코텍, 대영기업 재활용 사업부까지 잇달아 품었다. 단순 인수가 아니라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볼트온 전략이다.

여기에 태영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왔던 에코비트를 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2조700억원에 인수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살아났다. 이 밖에도 더함파트너스의 워터매니지먼트코리아(WMK) 인수,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의 부방그룹 수처리 회사 인수, VL인베스트먼트의 케이에코 인수 등 중량감 있는 거래가 줄을 이었다.

‘폐기물 1.0’ 시대…대기업과 자본의 만남

리뉴어스 2026 브로슈어 [리뉴어스 홈페이지 캡처]
리뉴어스 2026 브로슈어 [리뉴어스 홈페이지 캡처]

폐기물 산업이 자본시장의 레이더에 본격 포착된 건 2010년 전후다. JP모건이 국내 폐기물 업체를 묶어 EMK를 설립하며, 폐기물 산업을 ‘플랫폼화’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10여 년간 맥쿼리PE, 어펄마캐피탈, 앵커PE 등 대형 PEF들이 영세 업체를 흡수하며 산업을 키웠다.

2020년 이후에는 무대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PEF의 엑시트 시점과 맞물려 대기업, 특히 건설사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SK에코플랜트가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며 시장의 포식자로 등장했고, IS동서와 태영그룹도 공격적인 인수에 나섰다. 자금력을 앞세운 수직계열화, 양적 팽창이 ‘폐기물 1.0’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고속 성장의 대가는 컸다. 2022년 하반기 이후 고금리 환경과 신규 매립장 가동이 겹치며 시장은 얼어붙었다. 코로나의 여파로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치솟은 데다, 산업 내부적으로도 신규 매립장들이 운영을 시작하면서 공급 과잉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물량 경쟁이 치열해지자 처리 단가는 떨어졌고,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몸값을 둘러싼 논란도 자연스럽게 불거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시장 과열기에는 폐기물 업체의 기업가치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 대비 20배 안팎까지 치솟았지만, 단가 하락과 금리 부담이 겹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며 “가격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거래가 무산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자주 거론된 숫자가 바로 에비타다. 에비타는 기업이 본업을 통해 실제로 얼마나 현금을 벌어들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감가상각비처럼 당장 현금이 빠져나가지 않는 비용은 제외해 계산한다. M&A 시장에서는 이 에비타를 기준으로 기업의 ‘비싸고 싼 정도’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기업가치가 에비타의 20배라면, 해당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 동안 모아야 인수에 투입한 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이 과열됐을 당시 폐기물 업체의 몸값이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정적인 산업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회수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계산기가 한층 냉정해졌다는 설명이다.

‘폐기물 2.0’…건설사는 팔고, PE는 다시 담는다

그럼에도 폐기물 기업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현금창출력이다. 경기가 안 좋아도 쓰레기는 끊임없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폐기물협회에 따르면 해마다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연도별 폐기물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1억8149만t이었던 국내 폐기물 발생량은 2023년 1억7619만t 등으로 매년 엇비슷하다.

규제가 강해 신규 진입이 막힌 과점 구조 역시 수익 안정성을 뒷받침한다. 일정한 물량을 소수의 허가 업체들이 나눠 갖는 구조다. 불황일수록 희소성이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이 폐기물 자회사를 매각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유동성 압박이 커지자, 현금화가 쉽고 수요가 확실한 ‘알짜 자산’을 먼저 꺼내 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회계사는 “건설사는 환경 자산을 굳이 리스크까지 감수하면서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여전히 폐기물 업체 원매자가 많고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시점에 엑시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PEF에겐 매력적인 진입 구간이다. 최근 폐기물 업체의 밸류에이션은 EBITDA 대비 약 14배 수준까지 내려왔다. 성장 속도는 느려졌지만, 현금은 여전히 꾸준히 들어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낮아졌을 때 진입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밸류업하려는 PEF들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다”고 전했다.

직매립 금지 이후…‘폐기물 3.0’ 시대가 온다

지난 1월 26일 서울 도봉구 재활용 선별장에서 쓰레기들이 선별동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올해부터 수도권의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됐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2021년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원칙적으로 소각·재활용으로 처리하도록 한 제도다. [연합]
지난 1월 26일 서울 도봉구 재활용 선별장에서 쓰레기들이 선별동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올해부터 수도권의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됐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2021년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원칙적으로 소각·재활용으로 처리하도록 한 제도다. [연합]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다음 국면을 맞이할 채비를 한다. 이른바 ‘폐기물 3.0’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수도권 직매립 금지 조치’가 기폭제다. 해당 조치는 종량제 쓰레기를 선별이나 소각 없이 매립지에 바로 묻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소각 수요는 늘고, 소각 후 남는 재를 처리할 매립지의 희소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폐기물 처리 단가에 미칠 영향이 화두로 떠올랐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수요는 늘고 공급은 막힌 구조”라며 “단가 상승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상 폐기물은 ‘발생→수집 및 운반→중간처리(소각·재활용)→최종 처분(매립)’의 구조를 거쳐 이동한다. 환경 규제가 느슨했던 과거에는 폐기물을 태우거나(소각) 바로 묻는(매립)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폐기물 처리 흐름도
폐기물 처리 흐름도

반면 최근에는 재활용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소각 전 단계에서 유용한 자원을 골라내거나 에너지를 회수하는 재활용 단계가 주요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폐기물 M&A 시장이 향후 ‘매립·소각’과 ‘재활용’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운용사 대표는 “재활용 분야는 아직 산업적 기틀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상태”라면서도 “과거 매립·소각 시장이 대형화·기업화됐던 것과 비슷한 성장 궤적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인프라를 바탕으로 재활용 기술력을 더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구조가 시장의 대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시장의 주인이 다시 바뀔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점이다. 재무구조를 정비한 대기업들이 ESG와 신성장 동력을 앞세워 다시 매수자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략적 투자자(SI)→재무적 투자자(FI)→SI’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여기에 글로벌 인프라 펀드의 유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북미·유럽 시장의 성장 정체 속에 글로벌 자본은 아시아 내 ‘안전지대’를 찾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쓰레기가 돈이 되는 이유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법적 리스크가 적고 외국 자본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는 안정적인 시장”이라며 “외국계 펀드 입장에서 기업가치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형 매물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