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s Choice]는 우리의 언어로 기록하고, 우리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진짜’ 20대 이야기를 다룹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AP]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AP]

[헤럴드랩] “저기… 지갑 떨어트리셨어요.”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치며 말을 건다.

뒤를 돌아본 당신.

지갑을 건네받으며 순간 고맙다고 말해야 할지 고민한다.

당신의 눈앞에 있는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이기 때문이다.

감사 인사를 같은 ‘사람’끼리만 하기엔, 언제부턴가 길거리는 휴머노이드 로봇들로 가득 차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원하든 원치 않든 휴머노이드 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열기는 식을 기미가 없어 보입니다. 치열한 개발 경쟁 속에서,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이뤄진 인공지능(AI)의 대중화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상에 보급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지난해 2월 ‘휴머노이드 100’(Humanoid 100) 보고서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이 창출할 잠재 시장 규모(TAM)가 약 60조 달러(약 8경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같은 해 발표한 세계 경제 규모인 117조 달러(약 150경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미래의 산업 구조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인간과 유사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헤럴드경제DB]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인간과 유사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실리콘밸리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10년 내 휴머노이드 산업이 스마트폰 혁명을 뛰어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AI 시대라는 격변이 불러온 결과를 채 파악하기도 전에, 또 다른 격변이 예고되는 것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신체 구조와 행동을 모방해 사람처럼 움직이고 작업하도록 설계된 로봇입니다. 일반적으로 머리와 몸통, 두 팔과 두 다리를 갖추고 있으며, 직립 보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집니다.

이 가운데 외형까지 인간과 매우 유사해 구별이 어려운 로봇은 ‘안드로이드’, 두 다리 대신 바퀴로 이동하는 형태의 로봇은 ‘세미 휴머노이드’로 분류됩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AP]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AP]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Atlas), 미국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G1 등이 바로 최근 주목받는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세계 각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AI의 결합에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와 ‘신체’ 역할을 하는 하드웨어로 구성돼 있습니다.

과거에는 미리 설계한 프로그램이 ‘두뇌’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로봇은 정해진 범위 내에서 정해진 행동으로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EPA]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EPA]

그러나 이제 이 ‘두뇌’가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으로 대체되면서 기존의 한계를 벗어나게 됐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이란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미리 학습해, 다양한 분야에 기초가 되는 거대 AI 모델을 통칭합니다.

여기서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란 전 세계 웹상의 문서, 도서, 수조 장의 이미지와 영상을 모두 포함하는 규모입니다. 한 사람이 평생 학습해도 도달할 수 없는 정보량을 하나의 모델에 응축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의 주요 유형인 ‘거대언어모델(LLM)’의 대표적 예로는 2018년부터 오픈AI(OpenAI)에서 개발 중인 ‘GPT’나 메타(META)의 ‘라마’(Llama)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로봇의 움직임에 특화된 ‘로봇용 파운데이션 모델’도 등장 중입니다. 대표적으로는 2023년에 공개된 구글 딥마인드(DeepMind)의 ‘RT-2’ 모델이나 엔비디아(NVIDIA)가 2024년 발표한 휴머노이드 전용 AI 플랫폼 ‘그루트’(GROOT) 등이 있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나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기업인 피규어 AI(Figure AI) 등 로봇 전문 기업들이 이러한 플랫폼을 자사 로봇 개발에 활용하면서 기업 간 기술적 협력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미리 설계한 코드가 아닌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로 학습한 AI라는 ‘두뇌’를 갖게 된 로봇은 이제 가르친 적 없는 물체까지 인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컨대 “컵을 가져와”라는 지시를 받은 로봇은 서로 다른 모양의 컵을 모두 동일한 ‘컵’으로 인식해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개념을 확장해 이해하는 게 가능해진 것입니다.

나아가 AI를 탑재한 로봇은 상황을 해석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추론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주스를 쏟았네”라는 말 한마디로도 걸레를 찾아 바닥을 닦는 행동을 수행하고, “배가 고프다”는 말에 사과를 골라 건네는 식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AI라는 ‘두뇌’를 얻었듯, AI는 로봇이라는 ‘신체를 얻으면서, 이제 AI는 가상 공간이라는 제한된 무대를 벗어나 현실 세계까지 넘나들 수 있게 됐습니다.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차량, 수술용 기계와 같이 소프트웨어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고, 주변을 인식하며 상호작용을 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피지컬 AI(Physical AI)라고 합니다.

학계에서는 이를 ‘엠바디드 AI’(Embodied AI)라고도 부릅니다.

‘프로그래밍이 된 움직임을 반복하는 기계’에서 ‘스스로 사고하는 물리적 실체’로의 진화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작년 “로봇의 챗GPT ‘모멘트’(변곡점)가 오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 기조연설에서 “AI의 다음 물결은 의심할 여지 없이 피지컬 AI”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작년 CES 2025에서 피지컬 AI를 위한 오픈 플랫폼인 ‘코스모스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Cosmos World Foundation Models)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코스모스의 핵심은 단순히 정교한 사진과 영상을 생성하는 것을 넘어, 현실의 물리 법칙을 포함한 가상 환경을 구축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2000만 시간, 약 2200년 분량의 영상을 학습한 코스모스는 날씨나 도시 환경은 물론 사물이 떨어지고 부딪히는 물리적 원리까지 정밀하게 재현하고, 그 안에서 AI가 학습·검증·재학습을 반복할 수 있게 합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신체를 모방해 만들어지는 이유는 인간 중심 환경에 바로 투입되기 위해서입니다.

문을 열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행동은 모두 인간의 신체 구조에 맞춰 설계된 공간에서 이뤄집니다. 로봇이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갖출 시 인간 중심으로 구축된 환경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게 됩니다.

또 가위, 망치, 손잡이 등 기존에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를 별도의 변형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인간형 신체는 효율적입니다. 이미 갖춰진 환경을 로봇에 맞게 바꾸기보다, 로봇이 환경에 적응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인간과 비슷한 외형은 사용자와의 감정적 연결을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범용성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일상 투입’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베이징 하이뎬구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무인 소매점의 직원은 중국 로봇 스타트업 갤봇(Galbot)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이 로봇은 24시간 근무하며 최대 2000명의 고객을 쉬지 않고 상대할 수 있습니다.

‘콜라’ ‘사이다’ 등 구체적인 음료명을 언급하며 주문하면 별도 원격제어 없이 이를 곧바로 인지해 매대에서 해당 제품을 손으로 집어 올 뿐 아니라 고객과 능동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며 날씨나 상황을 고려해 제품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활동 영역을 약국으로 넓히는 데까지 성공했습니다.

일본 교토에서는 불교 교리를 설명하는 대화형 휴머노이드 로봇 ‘붓다로이드’가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미래의 가사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가사 노동 범위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닉스 AI(UniX AI)는 최근 ‘집안일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했습니다.

일상적인 집안일을 처리하도록 설계된 ‘팬서’(Panther)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얼마 전 공개된 유튜브 영상에서 청소와 빨래는 물론 요리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산업 현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일부 공장에서는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돼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 수행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공장 HMGMA에 투입하고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으로 작업 범위를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제시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확산에는 밝은 미래만 있는 건 아닙니다.

어두운 그림자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쟁과 같은 군사적 활용입니다.

군사용 휴머노이드 로봇 팬텀 MK-1. [파운데이션 홈페이지 캡처]
군사용 휴머노이드 로봇 팬텀 MK-1. [파운데이션 홈페이지 캡처]

최근 미 과학기술 전문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미국 기업 파운데이션은 자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형 로봇 ‘팬텀 MK-1’ 2대를 지난 2월 우크라이나에 군사 용도로 인도했습니다.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하기 위해서입니다.

팬텀 MK-1은 키 180㎝, 중량 80㎏으로 짐이나 장비 20㎏을 싣고 인간 보병의 빠른 행군 속도와 비슷한 시속 6㎞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팬텀 MK-1은 일단 우크라이나에서 정찰병 임무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격, 물류 지원, 위험 물질 처리 등도 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로봇의 전투 참여 우려에 제작사인 파운데이션은 “적을 물리적으로 공격할지는 인간 병사가 결정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지만, 이 같은 안전장치가 언제까지 작동할지는 불분명합니다.

상켓 파탁 파운데이션 설립자는 “궁극적으로는 로봇이 표적을 식별하고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인간의 지시를 완전히 무시하는 시나리오는 구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트리 G1과 사람이 교감을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트리 G1과 사람이 교감을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로 기대되는 편리함의 이면에는, 새 시대가 초래할 돌이킬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로봇 도입에 따른 일자리 문제, 안전성과 윤리 문제, 구체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전용 안전 가이드라인의 필요성,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 등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노동조합인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초, 아틀라스 도입에 대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도 들여올 수 없다”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처럼 노사 간 갈등 역시 주요한 문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팬텀 MK-1과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향후 전쟁 등 군사적 활용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전 세계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을 멈추게 할 요인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머지않은 미래에 새 시대가 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명확히 예고된 이 변화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By 양수빈 콘텐츠 오퍼레이터

Editing 민상식 기자

<참고 자료>

김상균, 휴머노이드, 베가북스 출판사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