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눌린 부유함보다, 자유로운 가난이 낫다.”

18세기 괴테가 과도한 빚의 위험성을 경고했듯, 21세기 국제기구들이 과도한 부채와 재정부실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부채는 유동성이라는 달콤함을 주지만, 과도한 부채는 재정부실이라는 위험성을 불러온다. 글로벌 부채 문제를 진단하고, 대응책을 고민해 볼 시점이다.

세계 각국 정부는 부채를 끌어다 나라 곳간을 채우고 있다. 2016년부터 세계 정부부채는 10년 연속 줄곧 증가해 왔다. 세계 경제는 저성장에 머무는 가운데, 정부부채에 대한 의존도는 늘어나고 있다. 세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26년 95.4%에서 2029년 1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코스피는 역사상 최고점을 경신 또 경신하고 있다. 세계 자본시장이 놀라운 흐름을 보인다. 증시를 결정하는 많은 요소가 있지만, 그중 한 가지는 자본시장에 유동성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고,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실물경제 관점에서도 정부가 부채를 많이 짊어진다는 것은 가계의 소득이나 기업의 매출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미국, 유럽, 한국 등의 주요국들이 이미 적자재정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재정을 투입한다는 것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달콤한 유동성 효과를 가져다준다.

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쌓일 때 초래될 위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재정중독에 처할 위험이 있다. 프랑스 재정부실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는 만성 공공부채 문제를 안고 있었고, 2026년 긴축 예산안을 제시한 바이루 총리 내각이 의회 불신임 투표로 사임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어느 적당한 시점에 긴축재정으로 선회할 수 없는 국면을 만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채의 위험성이 있다.

둘째, 구축효과라는 부작용이 있다. 정부가 재정 확대를 위해 국채 발행이 많아지면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높은 시중금리에 예민한 민간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 확장 재정을 통해 경기를 진작시키고 선순환을 유도하는 승수효과가 있는 반면, 오히려 민간의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도 있는 것이다. 이미 재정부실을 안고 있는 국가가 추가 부채에 의존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셋째, 경제위기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 역대 경제위기를 회고해 보자. 팬데믹 경제위기와 같은 외생적 요인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제외하면, 모두 부채와 관련된다. 바이러스나 전쟁 등과 같은 예기치 못한 변수가 등장할 때, 이미 과도한 부채에 의존하고 있던 국가는 대응력이 크게 떨어져 경제적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야만 할 수 있다.

글로벌 부채가 증가하는 국면에서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성장-분배-재정 3대 경제정책 방향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최선의 성장을 추구하고, 최선의 분배를 추구하지만, 재정건전성이라는 한계선 안에서 해야 한다. 둘째,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생산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확대 재정이나 재정 적자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한 단위 세출이 두 단위 세입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그치지 않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 /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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