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검토후 파키스탄에 이방 전달할 것”
이란 외무 “호르무즈 개방 조속히 해결 가능…평화협상 모색”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이란이 두 달 넘게 이어진 전쟁 종식을 위해 미국이 제안한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를 검토하는 가운데, 러시아·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협상력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오는 14~15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날 중국을 방문했다. 그는 지난달에는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바 있다.
이 같은 외교 행보는 미국의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핵심 우방인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이란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향후 종전 협상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이번 중국 방문은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이란 원유 수출의 대부분을 구매하고 있으며,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대이란 압박 지지를 확보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기도 하다.
아라그치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다며 평화협상을 통한 해결 의지를 강조했다. 중국 역시 전쟁 중단과 대화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핵 문제와 관련해 이란의 입장을 지지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정치적 위기는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이란은 국가 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협상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전면적·영구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현재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도 조속히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이란은 중국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평화 촉진과 전쟁 중지를 위해 계속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며 “발전과 안보를 아우를 수 있는 전후 지역의 새로운 질서 구축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현재 지역 정세는 전쟁과 평화의 중요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며 “전면적인 전쟁 중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전쟁 재개는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협상을 지속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이란의 약속을 높이 평가한다”며 “동시에 이란은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실제로 이란을 군사적·경제적 압박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이란의 전략이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타르 조지타운대의 메흐란 캄라바 교수는 “최근 이란의 적극적인 외교, 특히 러시아·중국과의 접촉은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도 핵심 우방국들의 지지를 유지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외교전은 최근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통항을 지원하던 작전을 중단했다고 밝히며 “합의가 최종 타결되고 서명될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에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최대 압박’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이란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길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전까지 종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 주석의 협상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협상 중재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되면 시 주석은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앞세워 미·중 정상회담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왕 부장은 아라그치 장관과의 회담에서 협상 지속을 촉구했다. 이에 아라그치 장관은 중국이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다”며 “건설적이고 단호한 입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회담이 중국의 복잡한 입장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란의 핵심 경제·외교 후원국이지만, 호르무즈 해협 불안은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 역시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해협 재개방에 협조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정제한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는 반발하고 있다.
리스크 분석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카호 유 에너지·자원 부문 책임자는 “이란·중국 회담으로 걸프 지역 에너지 안보와 이란 원유 공급 문제가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이제 단순한 지역 분쟁 지점을 넘어 미·중 협상의 압박 카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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