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법원(USCIT)이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세계 대상 10% ‘글로벌 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 앞서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를 무효라고 판단한 데 이어 또다시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건 것이다.
법원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한 글로벌 관세가 “적절한 관세 부과 권한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회의 승인없이 대통령 권한을 확대 해석해 사실상 무제한 관세를 부과하려는 시도에 사법부가 제동을 건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IEEPA를 근거로 한 상호관세를 위법·무효라고 최종 판단하자 곧바로 다른 법 조항인 무역법 122조를 꺼내 들었다. 무역법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나 달러화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150일 동안 한시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사실상 상호관세를 되살린 것이다. 그러나 미국 중소기업들은 “대법원 판결을 우회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했고, 결국 무역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관세를 만능키처럼 여기는 트럼프 정부가 물러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EU가 7월 4일까지 약속한 대로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를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릴 것”이라고 압박했다. 당초 이번 주 중 EU산 승용차와 트럭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했다가 시한을 늦추며 협상을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상호관세를 대체할 수단이 많다고 공언해 왔다. 실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주요 교역국의 공급 과잉과 강제 노동 문제 등을 이유로 301조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품목별·사안별 관세와 공급망 규제, 원산지 기준 강화 같은 형태의 압박이 오히려 더 정교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최근엔 안보 현안까지 통상과 연계하는 분위기다. 최근 EU를 상대로 한 자동차 관세 인상 압박이 표면적으로는 무역합의 이행 문제였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에 소극적인 데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많다.
한국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호르무즈 상황에 따라 한국에 대한 참여 압박도 커질 수 있다. 미국은 자국 기업 차별이라며 ‘쿠팡 사태’를 중대 안보 협의와 연결시키고, 플랫폼 규제와 망 사용료도 ‘비관세 장벽’으로 문제 삼고 있다. 사안별 대응에 급급할 게 아니라 안보와 공급망, 기술 규제까지 얽힌 통상 그물망을 뚫고 나갈 정교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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