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토교통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의 실거주 유예를 또 연장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5개 시·군에서 세입자가 있는 집을 사는 무주택자는 내년 말까지 실거주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하면 그 기간까지 인정돼 실제 입주를 최장 2029년 말까지 미룰 수 있다. 지난 5월 “올해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던 조치를 불과 넉 달 만에 다시 연장한 것이다.

토허제를 확대할 때 정부가 내세운 것은 갭투기를 막는 것이었다. 그래서 매수자는 4개월 안에 입주하고 2년간 실거주하도록 했다. 그런데 세입자가 있는 집의 매매가 어려워지자 올해 2월 다주택자 매물부터 유예했고, 5월에는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대상을 넓혔다. 이번에는 세입자와의 갱신계약까지 인정했다. 실거주 원칙을 세웠다가 거래가 막히자 예외를 만들고, 전세시장에 문제가 생기자 그 예외를 다시 늘린 것이다. 부작용이 생길 때마다 예외를 붙이는 식으로는 원칙도 흐려지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도 떨어진다.

그 사이 서울 주택시장의 불안은 갈수록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은 1년 전보다 14.56% 올랐고, 전셋값도 87주째 상승해 누적 상승률이 11.77%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134주간 상승률 12.31%에 근접한 수준이다. 송파구 19.07%, 강동구 17.07%, 성북구 15.44% 등 전셋값 상승은 특정 지역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재건축·재개발이 본격화하면서 2028년부터 이주 수요가 급증한다. 2026~2030년 서울 정비사업 이주 예정 물량만 17만9310가구에 이른다. 특히 2028년 4만5256가구, 2030년 5만6662가구가 이주할 예정이다. 그런데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6년 1만9368가구에서 2028년 1만3279가구로 오히려 줄어들 전망이다. 임대 수요는 폭발적으로 느는데 들어갈 집이 없는 것이다.

정책의 목표가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차단이라면 시장 상황에 맞는 보완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1년간 규제에 규제를 더하는 식으로 질주해오다 보니 막다른 길에 들어선 셈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수요와 공급의 시간차를 줄이는 것이다. 정비사업의 인허가와 착공을 최대한 앞당기고, 이주 수요가 몰릴 때에 실제 입주할 집이 시장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기존 임대주택이 한꺼번에 전세시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막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토허제의 실거주 요건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갭투기를 막는다는 원칙은 유지하더라도, 일률적인 실거주 의무가 기존 임대주택의 거래와 전세 공급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