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견 건설사 법정관리
금리 인상 본격화에 ‘폐업’ 우려
“대출금리 이차보전 필요”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지방 아파트 미분양이 심화하면서 대구 3위 건설사인 태왕이앤씨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건설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지방 미분양·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겹친 가운데 건설사들의 폐업도 1년 새 30% 넘게 증가했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해 금융비용 부담까지 커질 경우 자금력이 취약한 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폐업과 회생절차 신청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는 200세대 아파트도 미분양·마피…폐업건설사 늘어나나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대구 북구 관음동에 소재한 S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분양계약자들에게 시공사 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분양보증 사고 안내문을 공지했다. 해당 사업장은 지난 6월 30일 준공인가를 받아 공정률이 100%에 이른 상태지만, 시공사이자 분양보증사인 태왕이앤씨의 회생절차 개시로 HUG가 별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입주금 납부를 중지하라고 안내했다.
태왕이앤씨는 올해 시공능력평가 전국 67위이자 대구 지역 3위 건설사다. 대구회생법원은 전날 태왕이앤씨가 대규모 PF 보증채무 현실화 등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으로 판단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지난 3월 말 기준 태왕이앤씨의 실질 자산총액은 3126억8700만원, 실질 부채총액은 3209억4900만원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82억6200만원 더 많은 상태다.
HUG는 분양계약자 보호를 위한 후속 조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HUG 관계자는 “원래부터 시공사의 상황이 좋지 못해 자금관리를 받던 사업장이어서 HUG의 단독계좌로 입주금을 납부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분양계약자가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도록 사업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태왕이앤씨의 이 같은 회생절차 개시는 지방 건설경기 침체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S아파트는 총 2개 동, 200세대로 구성된 소규모 단지지만 이 역시 조합원분을 제외하면 대거 미분양이 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마이너스프리미엄(마피)이 붙어 매물이 출회돼 있는 상황이다.
태왕이앤씨 사례는 최근 지방 건설업계가 처한 자금난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이날 기준 폐업 신고를 한 전국 종합건설사는 622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67곳)보다 33% 증가한 규모다. 전문공사업까지 합치면 전체 폐업 건설사는 3139곳으로, 역시 전년 동기(2465곳)보다 27% 늘었다.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비지수 올해 최고…“중소건설사 지원방안 시급”
건설사들의 유동성 부담이 커진 배경에는 지방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 지방에 집중되면서 건설사의 공사대금 회수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집계된 올해 7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2만9152가구로 그 가운데 2만4708가구(84.5%)가 지방에 몰렸다.
건설사는 공사가 완료되더라도 분양대금이 계획대로 회수되지 않으면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긴다. 여기에 원자재와 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으로 투입 비용은 늘어나 시공사의 자금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59로 전월(138.34) 대비 0.18% 증가했다. 특히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가 135.57로 올해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건설공사비지수란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직접 공사비를 한국은행의 생산자물가지수 등을 결합해 가공한 통계로 시공사에 건설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건설공사비지수가 급등했다는 건 중소 건설사의 부담이 그만큼 극심해졌다는 의미다.
PF 시장의 양극화도 지방 건설사의 자금난을 키우는 요인이다. 최근 금융권의 PF 자금 공급이 재개되고 있지만 사업성이 검증된 수도권 우량 사업장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지방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업 불황 국면에서 중소건설기업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개별 건설기업과 건설업의 신용위험이 높아 자금조달 과정에서 이자비용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담보를 제공하기 어려워 정책자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금리가 다시 오를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건설업은 PF와 차입금 등 외부 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금융비용이 상승하면 사업장별 수익성이 빠르게 떨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중소건설사의 자금조달을 위한 지원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건설기업은 자금조달난(難) 해소를 지원할 수 있는 수단을 중심으로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중소 전문건설업체의 수주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며 “자금조달은 이차보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지원제도가 운영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개별 건설기업은 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대출금리 차이를 정책적으로 보전하는 수단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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