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삼겹살, 유독 연기가 많이 난다고 했는데’
뜨겁게 달궈진 불판에 삼겹살을 올리자 ‘치익’ 소리와 함께 뿌연 연기가 피어오른다. 연기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퍼지며, 절로 군침이 돈다.
고기를 굽다 보면 당연히 발생하는 연기. 대부분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건강’이 다가 아니었다. 우리 몸을 넘어 ‘대기질’에까지 상당한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조리를 통해 발생하는 연기 대부분이 ‘초미세먼지’로 구성돼 있기 때문. 심지어 연기에 숨은 화학물질이 여타 대기오염물질을 생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심지어 그 기여도가 ‘자동차 매연’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 조리 연기를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저감 관리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환경공단이 지난해 공개한 ‘음식점 조리매연 관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연기의 95% 이상은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는 아주 작은 먼지. 입자가 워낙 작아 공기 중에 오래 떠다닐 수 있고, 숨을 쉴 때 호흡기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어,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로 분류된다.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조리매연이 ‘대기오염’에 기여하고 있다는 얘기. 그중에서도 국민음식 ‘삼겹살’을 구울 때 발생하는 연기의 양이 특히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1kg을 기준으로 할 때, 삼겹살을 구울 때 발생하는 양이 평균 0.34g으로 나타났다. 소등심은 0.32g, 양갈비는 0.31g, 목살은 0.24g 수준이었다. 특히 고기를 불판에서 뒤집는 과정에서 연기가 가장 많이 발생했고, 불판 종류와 숯불의 세기에 따라서도 양이 달라졌다.
이뿐만 아니다.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조리매연에는 각종 화학물질이 뒤섞여 있다. 지난해 2월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실린 충남연구원 등 연구진의 논문에서도 직화구이 과정에서 초미세먼지뿐 아니라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다양한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 영향도 적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에 따르면 상업용 조리는 캘리포니아 전체에서 직접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약 11%를 차지한다. CARB는 특히 음식점이 밀집한 대도시에서는 조리매연이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조리 과정에서 초미세먼지와 함께 나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은 밖으로 배출된 뒤 또 다른 대기오염물질을 만드는 데도 관여한다. 바로 ‘오존’이다.
오존이 무조건 나쁜 물질은 아니다.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의 경우 태양으로부터 유해한 자외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우리가 생활하는 지표면 가까이에서 만들어지는 오존은 인체에 해로운 대기오염물질이다.
특히 건강에 영향을 주는 대기오염물질로, 농도가 높아지면 눈과 호흡기를 자극하고, 천식 등 호흡기 질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생성 과정은 간단하다. 자동차·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과 음식 조리 등에서 나온 휘발성유기화합물이 햇빛을 받으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오존이 만들어진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공기 중으로 쉽게 날아가는 여러 유기화합물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휘발유나 페인트뿐 아니라 고기와 기름 등을 뜨겁게 가열하는 과정에서도 나온다. 조리매연이 다른 오염물질, 햇빛을 만나 새로운 대기오염물질을 만드는 셈이다.
심지어 그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해 3월 공개한 연구 결과도 조리매연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진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대기를 분석한 결과,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만들어낸 오존 가운데 음식 조리의 기여도는 26%였다.
자동차·건설장비 등 도로와 비도로 엔진을 중심으로 한 화석연료 부문은 29%였다. 불과 3%포인트 차이다.
그동안 도시 대기오염이라고 하면,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배출 연기 등이 대표적으로 꼽혔다. 하지만 일상에서 생성되는 음식점의 조리 연기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아울러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전기차가 늘면서 기존 오염원의 배출이 줄어들수록,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았던 음식점이나 생활용품 같은 ‘숨은 배출원’의 중요성은 커질 수 있다.
문제는 국내 조리매연 관리가 아직 자동차나 공장 등에 비해 초기 단계에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음식점과 집단급식소, 식품공장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음식을 조리하며 나오는 오염물질 등이 아직 통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에는 매연저감장치를 달고,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측정하고 관리한다. 반면 직화구이 음식점은 대기오염 측면에서 주요 생활 배출원으로 지목돼 왔지만, 방지시설 설치가 의무화된 일반적인 사업장으로 관리되지 않는다. ‘관리 사각지대’로 지적되는 이유다.
김종범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연구진은 관련 보고서에서 “음식점 규모와 오염 배출량 기준에 따라 대기배출사업장으로의 분류를 검토하고 적정 규격화와 관리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woo@heraldcorp.com

![‘형제 상속’ 이런 게 좋네…1주택자 혜택 챙기고 양도세 중과도 피하는 비결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17/news-p.v1.20260915.a4523a1dab4b410fb941ce08896ad8da_T1.png?type=h&h=240)
![‘텅텅’ 지산, 청년주택된다는데…현장선 ‘반색’, 전문가들은 ‘글쎄’ [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16/news-p.v1.20260915.7ff1e0264aa44f7097241f2b04af94e2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