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가계가 주식의 매매 차익으로 벌어들인 돈(주식 자본이득)이 42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14년의 연평균인 20조원의 약 22배에 육박한다. 2025년 코스피 상승률이 75.6%를 기록하면서 가계의 주식 보유가 대폭 늘고 참여계층이 다양화된 데 따른 것이다. 올들어선 코스피 상승 속도는 더 가팔라졌다. 그러나 가계 주식 자본이득 확대가 곧 소비효과와 내수진작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우리나라 가계는 주식으로 번 돈을 소비에 사용하기 보다는 부동산에 최우선적으로 투자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8일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금융복지조사 가구패널을 이용해 2011~2024년 우리나라 가계의 주식 자산효과(주식 자산 1% 상승시 소비증가 효과)를 추정한 결과 0.013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1만원 오르면 130원 정도만 소비에 쓴다는 뜻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 선진국들의 주식 자산효과는 0.03~0.04로 우리나라의 2~3배 이상이다. 한은 연구팀은 이러한 원인으로 ▷그동안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기대수익은 낮은 반면 변동성이 높았으며 ▷주식투자 가계 비중과 주식자산 규모도 작았고 ▷주가 상승을 일시적인 것으로 인식해 단기간 차익을 실현하며 ▷이렇게 얻은 자금을 부동산에 우선적으로 재투자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무주택자는 주식 자본이득의 70%를 부동산 자산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서울의 주택매입 자금 중 주식채권 매각 대금 비중이 크게 상승한 데서도 확인된다. 다만 한은은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수요 확대로 주가가 급상승하며 증시에 참여하는 가계가 급증했고, 기존의 주도층이었던 고자산·고소득·고령층에 청년층 및 중·저소득층도 대폭 가세했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주가변동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기업의 호실적과 평가가치 개선, 정부 정책이 맞물려 기록적인 증시 부양기를 맞은 지금 우리 경제는 역사적 대전환기이자 분기점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관건은 자본과 부동산 시장의 동시 안정화다. 안정적 투자환경을 조성해 가계의 주식 장기 보유 유인을 강화하고 집값을 안정시켜 자금의 부동산 쏠림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규제혁신·노동개혁·산업지원으로, 기업은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으로 증시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수 있다는 믿음을 투자자에 줘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일관된 부동산 정책으로 집은 더 이상 돈 버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