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원 손실전망 극단적 결정 대체선박 투입도 주먹구구식 해운동맹에 안일한 지원기대

정부가 휴일에도 한진해운 사태관련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수습에 나섰지만 물류대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피해액 추산과 ▷대체선박 투입 ▷해운동맹 지원 요청 등에서 실기(失期)하면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과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이 공동 팀장으로 꾸려진 범정부 차원의 제1차 테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일일 상황점검에 나섰다. TF는 물류 차질 상황을 점검하고, 해외 항만에 대한 현지 대응팀 파견과 상대국 정부 및 터미널 등과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진해운 선박의 절반이 운항에 차질을 빚는 등 물류대란에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법정관리에 앞서 해운업계는 전 세계 120만개 컨테이너 운송이 멈춰 물류대란이 발생하고, 약 1조5600억원규모의 화물 지연에 대한 클레임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법정관리 후 회사가 청산될 경우 17조원의 손실과 2300여개의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는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추산하지 못하고 오히려 과장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재부는 “일각에서는 (손실이) 17조원이라는 분석도 있다는데 그건 너무 극단적”이라며 “지금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해수부도 “구체적으로 피해 규모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다시 추산해보겠다”면서 현재까지 자체 추산 피해액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 후 급하게 내놓은 정부의 비상대책 역시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한진해운 주력 노선에 현대상선의 대체 선박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선박들은 미주 노선의 경우 빨라야 8일부터, 유럽 항로에는 이달 둘째 주(12일부터 시작되는 주)부터 투입된다. 정부가 사전에 대비하고 미리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컨테이너 마련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출업체들은 초비상이다. 그 사이 한진해운 선박이 추가 압류되거나 운항에 차질을 빚으면 대체선박만으로 충분할지 미지수다. 특히 9~10월이 미국의 최대 쇼핑시즌인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을 앞둔 시점으로 해운 최대 성수기여서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선사들에 수송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소용이 없어졌다. 이미 해운동맹(CKYHE)이 한진해운의 화물을 싣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퇴출했기 때문으로, 정부의 예측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결국 최우선적 구조조정 대상인 해운업이 정부의 실책으로 강한 후폭풍을 맞으면서 다른 산업의 구조조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치밀한 준비와 대책, 업계와의 소통이 이뤄져야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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