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을, 국내 첫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후보지로 부산 기장군을 선정했다. 신규 원전 부지가 사실상 24년 만에 확정되면서 중단됐던 원전 건설이 다시 궤도에 오르게 됐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을 확보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이번 결정은 국내 첫 SMR 건설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영덕에는 1.4GW(기가와트)급 대형 원전 2기가, 기장에는 국내 최초의 혁신형 SMR이 들어설 예정이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작고 건설 기간도 짧다. 전력 수요지 인근에 지을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나 첨단 산업단지의 ‘맞춤형 발전소’로 불린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이 앞다퉈 SMR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상용화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이번 선정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하지만 새 원전 3기만으로 미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전력 수요는 2025년 100GW 수준에서 2040년 138GW까지 늘어난다. 불과 15년 만에 40% 가까이 증가하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전기를 먹는 거대한 공장이고, 반도체 공장은 단 1초의 정전도 허용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원전 확대에 나서는 이유다. 원전은 착공부터 준공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으로 전력 부족이 현실화한뒤 원전을 짓겠다고 나서면 늦을 수 있다.
더 시급한 과제는 송전망 확충이다. 발전소를 지어도 생산된 전기를 필요한 곳으로 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주요 송전망 사업 52건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18건이 주민 반발과 인허가 문제로 지연됐고, 평균 지연 기간만 5년을 넘는다. 동해안 원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도 수년째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전력망 특별법까지 만들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완전 가동 시 원전 15기에 해당하는 15GW 규모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수도권에서 이를 자체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송전망이 막히면 수십조원을 들여 지은 공장이 돌아가지 못한다.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AI 시대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려면 추가 원전 건설 논의도 시작해야 하고, 송전망 건설을 가로막는 갈등을 해소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 국가 핵심 인프라가 지역 갈등에 막혀 표류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누구보다 빨리 배우되, 도구가 되지 말라” [헤럴드 디자인라운지 2026]](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21/news-p.v1.20260921.dd83dbb021634b029a3e79d42316802c_T1.png?type=h&h=240)
![“AI는 최고의 도구…누구보다 빨리 배우되, 도구가 되지 말라”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18/news-p.v1.20260917.7d68c84655c747438af5844aba94bf71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