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잡이원숭이 몸값 1년새 두 배 가까이 급등

CRO 실험동물 예약 대기만 5~6개월 걸려

일부 CRO 사재기로 가격 인위적 상승 의혹

백신과 원숭이.[게티이미지뱅크]
백신과 원숭이.[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중국 신약 개발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비임상 시험에 필수적인 실험용 원숭이 몸값이 다시 치솟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정점을 찍었던 현상이 3년 만에 재현되는 모양새다.

최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第一财经)은 중국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게잡이원숭이(食蟹猴) 단가가 최근 20만위안(약 4400만원) 수준까지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한 생물의약품 기업 연구개발 책임자는 “원숭이 값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공급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제약사 연구개발 담당자 역시 “최근 확인한 견적가는 이미 20만위안에 달했다”며 “위탁개발생산(CRO) 업체마다 올해 예약할 수 있는 실험용 원숭이 일정이 거의 꽉 찼다”고 전했다.

매체가 중국정부조달망에 공개된 각 연구기관의 게잡이원숭이 조달 입찰 결과를 분석한 결과, 가격 상승세는 뚜렷했다. 중국식품약품검정연구원이 지난 5월 1일 발표한 2025년도 1차 게잡이원숭이 조달 낙찰 결과에서 단가는 9만2000위안이었다. 이후 지난 3월 5일 중국과학원 상하이약물연구소가 450마리(2.8~5세, 결핵균·B바이러스 등 5개 병원체 배제)를 조달한 낙찰가는 총 5895만위안이었으며 단가로 환산하면 13만1000위안이었다. 지난 6월 16일 중국식품약품검정연구원의 40마리 조달 낙찰가는 17만8000위안으로 뛰었다. 1년여 만에 단가가 거의 두 배로 오른 셈이다.

원숭이 값 급등은 실험동물 업계에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2022년 공급망 붕괴와 신약 개발 수요 폭증이 겹치며 단가는 5만위안 미만에서 한때 20만위안을 넘어섰다. 이후 혁신 신약 업계 자금 조달이 위축되며 제약사들이 연구개발비를 줄였고, 2023년 가격은 10만위안 아래로 급락했다. 중산대 산하 연구자 쑨창(孙强)에 따르면 2025년 5월 이전 단가는 한때 7만5000위안까지 떨어졌다.

가격 반등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공급 제약이 있다. 게잡이원숭이는 이유(離乳·생후 6개월) 이후 실험에 투입 가능한 2~3세가 되기까지 통상 6~7년이 걸린다. 암컷은 4세 무렵 성적으로 성숙하지만, 번식 가능 기간은 13~16년에 그치고 대부분 17~20세 이후 폐경기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마리당 10만위안이 넘는 현재 시세에서는 사육 업체 대부분이 이유 후 판매 가능한 상품 원숭이를 번식용으로 남기지 않고 ‘있으면 판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장상증권(浙商证券) 리서치도 중국 내 게잡이원숭이 개체군의 고령화가 심각하고 출하율이 낮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매체에 일부 CRO 업체가 의도적으로 원숭이를 사재기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고 전했다.

원숭이 값 상승은 곧바로 신약 개발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약물 안전성 평가에서 약동학(PK) 시험에는 원숭이 18마리, 독성동태학(TK) 시험에는 40마리가 필요해 통상 두 시험을 합쳐 58마리가 투입된다.

한 연구개발 담당자는 “비용을 아끼려면 약동학 시험을 따로 하지 않고 독성동태학 시험에 병행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IND(임상시험계획) 신청을 위한 비임상 연구 전체 비용은 약 2000만위안으로, 이미 사람 대상 1상 임상시험 비용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안정적인 실험용 원숭이 자원을 보유한 CRO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실험용 원숭이 가격 상승과 자연 증식에 따른 공정가치 평가이익이 겹치며, 대표 CRO 업체인 자오옌신약의 2025년 귀속 순이익은 전년 대비 3배 늘었고 2026년 1분기에는 4.8배 급증했다. 2018년부터 대형 CRO 업체들이 앞다퉈 원숭이 사육장을 인수하며 자체 번식 기지를 구축해 온 결과, 현재 국내 실험용 원숭이 자원 대부분이 이들 업체 손에 집중돼 있다는 게 매체의 분석이다.


silverpaper@heraldcorp.com